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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겸영 '원조' 미국, 법원이 막았다.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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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겸영 '원조' 미국, 법원이 막았다. 한국은?"

[강연]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교수가 말하는 미국 언론

영국에서는 현재 한 타블로이드 주간지의 해킹 파문에 정·관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 신문은 곧 폐간됐지만 소유주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에 대한 비판의 날은 여전히 날카롭다.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무차별적으로 언론사를 인수하면서 객관성보다는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기사에 집중해 온 경영방식이 해킹 사건이 벌어진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 소위 '미디어법'의 통과로 신문의 방송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도 미디어의 집중에 따른 폐단이 어떤 방식으로든 불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교수는 18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시안 강의실에서 미국 언론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미국과 영국 등을 중심으로 성장해가는 거대 미디어 산업이 2000년대 들어 가속화된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공공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언론이 소유의 집중을 규제하는 법의 완화에 힘입어 자본의 이해와 결합하면서 급속도로 몇몇의 미디어 그룹으로 재편됐고, 이에 따라 하나의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점점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연구할 때 흔히 생산과 분배, 소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보통은 미디어가 생산의 영역만 담당한다고 생각하지만 틀린 생각입니다. 거대 미디어 그룹이 언론사들을 연달아 인수하면서 분배망까지 장악하기 시작했고, 독립 언론이나 작은 언론에서 만드는 기사나 프로그램은 채널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룹에 소속된 언론은 모기업이 가진 성향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비슷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들도 선택권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에 미디어 그룹이 3가지 권력을 다 쥐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미국은 30년 전까지만 해도 50개 이상의 미디어 그룹이 있었지만, 규제 완화에 힘입어 최근 6개의 거대 그룹으로 재편된 상황이다. 여론의 다양성 소멸과 함께 미디어를 장악한 자본의 경제 권력으로부터 논조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언론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정치가들이 거대 언론의 눈치를 보는 경향도 심해진다.

최 교수는 "최근 '해킹 스캔들' 파문에서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머독 사람들을 26차례나 만났다는 보도를 볼 수 있듯 집중화된 미디어 환경에서는 보도에 따라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이미지가 결정된다"며 "영국 경찰이 신문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의 이면에는 언론이 기업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는 구조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6개 미디어 그룹이 90%를 장악하고선 신생 언론사가 인기를 얻으면 자로 자금을 동원해 인수해 버립니다. 최근 <허핑턴포스트>가 AOL에 인수된 이후 논조가 변한 게 단적인 예입니다. 거대 언론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싶지 않아 하기에 그들의 카르텔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습니다. 제도적으로 소유의 집중을 막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언론 종사자 입장에서도 거대 언론사에 종속되는 건 자유로운 표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최 교수는 "기업 관점에서 언론사주는 보도 내용이 자신의 의사와 맞지 않으면 쫓아내야 하기 때문에 기자는 사주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종적 독점 뿐 아니라 자사 계열사가 만든 영화를 자사 언론에서 홍보하는 등 횡적 독점이 일어날 가능성이 우리나라에서도 열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법원이 가로막은 미국의 신방겸영

ⓒ프레시안(최형락)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미디어 그룹들의 전횡을 막는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7일 미 제3연방순회법원이 지난 2007년 부시 행정부 시절 제정된 신문방송겸영 허용 법안을 무효로 판결한 것이다.

2007년 당시 이 법이 제정되면서 미국 미디어 그룹들은 미국 주요도시 20곳에서 신문과 방송을 겸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FCC가 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청회 등 여론수렴절차를 충분히 하지 못해 국민들이 참여할 기회를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반대자들의 공청회장 출입을 막고, 국회에서 여당 주도로 신방겸영 법안을 '날치기 처리'한 한국 입장에서도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다. 최 교수는 그런 면에서 한국의 사법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헌법재판소는 미디어법 표결 절차의 정당성에 대해 잘잘못을 가리지 못했습니다. 국회에서 잘 풀라고만 했죠. 이건 방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법원이 나서서 잘못했다고 판결해야 합니다.

게다가 지금 정부는 한층 더 나서서 새로운 종합편성 채널에 특혜를 준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지상파과 붙은 채널을 준다던지, 민영 미디어랩을 동원해 광고 시장을 열어주려 합니다. 신방 겸영을 막을 수 없다면 시민들이 나서서 특혜를 중단하고 공정한 경쟁을 거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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