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회사 측과 임금교섭을 진행 중인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지난 15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했다. 조합원 5141명 가운데 약 89%가 참가한 이 투표에서 찬성률 90%로 파업이 결정됐다.
압도적인 파업 결의, 그러나 실제 파업 여부는 미지수
▲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연합뉴스 |
따라서 이번 투표 결과 역시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삼성중공업 노동자는 이번 투표 결과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그리고 삼성노동조합이 지난 13일 설립신고서를 냈다.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 왔던 삼성에서 처음으로 솟은 민주노조 깃발이다.
이런 흐름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게다. 노동자협의회가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삼성중공업에서 노동조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지금까지 노동자협의회를 주도했던 세력은 설 자리가 사라진다. 따라서 적어도 올해부터는 노동자협의회가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들어졌다.
노조 있는 동종업체와의 근무여건 격차, 갈수록 벌어져
그리고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꽤 강경하다. 삼성중공업 정규직이 한국 노동자 평균치에 비해서는 높은 임금을 받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동종업계와 비교하면 판단이 달라진다. 예컨대 현대중공업에 비하면, 근무여건 및 임금 수준이 열악하다. 그리고 최근, 현대중공업의 임금협상 결과가 언론에 소개됐다. 노사 합의안은 임금 9만 원 인상과 현재 700%인 상여금의 100% 추가 인상,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 원 출연, 격려금 300%+300만 원 지급 등이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에서 진행되는 임금협상 내용은 여기에 훨씬 못 미친다.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한 배경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 사이에서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노동조합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변수라는 걸 삼성중공업 노동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세우는 게 거의 불가능했지만, 이젠 가능하다. 그렇다면,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우리도 노동조합을 만들자'라고 나설 수 있다. 노동조합이 없으므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노동자협의회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지난 15일 투표 결과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1988년 실패했던 민주노조 건설 움직임, 이번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현장 노동자들이 이번 일을 겪으며 노동자협의회(노사협의회)을 한계를 깊이 깨닫는다면, 지난 1988년 실패했던 민주노조 건설 움직임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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