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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발병국' 캐나다 쇠고기, 8년 만에 수입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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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발병국' 캐나다 쇠고기, 8년 만에 수입재개

국회 심의 절차 남아…미국 쇠고기 재협상 요구 일 듯

캐나다산 쇠고기가 8년 2개월여 만에 수입이 재개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3년 5월 캐나다에서 광우병(BSE)이 발생한 직후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다.

국내 한우 농가에는 부담이 더욱 커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들어오는 터라, 미국과도 쇠고기 수입 관련 재협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보다 강화된 조건 수입

농림수산식품부는 27일 양국 정부가 30개월 미만(뼈 포함)의 캐나다산 쇠고기를 한국의 수입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조건에 따르면, 캐나다 현지의 수출작업장은 우리 정부가 직접 현지 점검한다.

이에 따라 광우병 발생 위험이 높은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는 수입 대상에서 배제된다. 특정위험물질(SRM)뿐 아니라 △기계적 회수육·분리육, 선진 회수육, 분쇄육 △십이지장에서 직장까지 내장 전체 △30개월 미만 소의 뇌·눈·머리뼈·척수·척주 등도 수입 불허 대상에 넣었다.

SRM(Specified Risk Materials)이란 모든 월령의 소에서 얻은 편도와 회장원위부, 30개월령 이상 소의 뇌, 눈, 머리뼈, 척수, 척주를 말한다.

수입재개 이후에도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에는 곧바로 검역중단 조처를 취하고, 전국가축방역협의회에서 한국 국민에 위해가 발생할 것으로 확인되면 수입을 중단하게 된다.

다만 이번 합의로 곧바로 캐나다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행정예고가 이뤄진 후 관련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뒤이어 국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캐나다의 육류사업장에 대해 한국 정부가 현지 점검에도 나서야 한다. 양국 정부는 올 연말까지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번 협상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에 비해 한국 정부의 검역주권을 착실히 지켜냈다는 평가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재협상 이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기준 수준"이라며 "광우병이 발생했을 경우 수입을 중단한 근거가 마련됐고, 작업장 승인 권한도 우리에게 있다"고 평가했다.

박 정책국장은 다만 "이 정도로 검역주권을 확보하는 게 국가간 협상에서 정부가 해야 할 정상적 책무"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해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협상이 대단히 뛰어난 성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우 농가의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연합뉴스

미국산 쇠고기도 재협상해야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캐나다는 올해 초까지도 광우병이 발발한 지역이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2003년 이후 올해 2월까지 총 18차례의 광우병이 발생했다. 한국 정부가 그간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은 이유도 캐나다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광우병위험통제국'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농식품부는 "캐나다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광우병위험통제국'이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를 감안해 미국산 쇠고기보다 수입위생조건을 엄격하게 마련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의 압박도 수입 재개의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 정부는 그간 발생한 광우병이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2007년 이전에 태어난 송아지에게서만 발생했다는 점과 미국과의 차별을 이유로 지난 2009년 3월 한국 정부를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캐나다의 쇠고기 수입 요구를 마냥 거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한 수입조건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캐나다산 쇠고기 1.5톤(t)을 수입했다. 일본은 미국산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기준도 '20개월령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2008년 취한 협상 내용으로 인해 일본보다 더 불리한 조건으로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홍콩은 제한 없이 모든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며 "세계 40여개국이 캐나다산 쇠고기를 월령 제한 없이 수입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국장은 "홍콩과 같은 도시국가와 쇠고기 생산농가가 많은 한국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일본의 기준과 비교하는 게 더 타당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당시 도입된 품질시스템평가(QSA)에 비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기준이 더 강화됐다는 점 역시 차이점이다. QSA는 미국 농무부가 지정한 작업장이 사실상 수출용 쇠고기를 자율적으로 검사하는 시스템으로, 농무부가 작업장을 직접 감독하는 수출증명(EV) 프로그램에 비해 한 단계 수위가 낮은 수출 시스템이다.

그런데 한국은 캐나다와 쇠고기 수입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직접 현지 수출작업장을 감독하고 승인하는 조항을 협상에 포함시키는데 성공했다. 미국으로 치면 EV에 준하는 강력한 통제 기준을 넣은 셈이다.

박 정책국장은 "캐나다와 맺은 강력한 기준에 맞게 미국과도 쇠고기 수입문제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 절차 어떻게?

무엇보다 국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준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심의'가 어떤 것인지 우리도 모르겠다"며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다룰지 본회의에서 다룰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파동이 발생한 후 여야가 국회의 정부 협상에 대한 관리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이른바 '가축전염병예방법 특위'를 열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은 수입위생조건(고시)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요구했으나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여야는 정치적 합의를 통해 국회의 '심의'를 추가했다. 따라서 국회 '심의'는 동의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정치적 절차로 해석된다. 정부가 고시한 후 국회가 '살펴본 후 동의'하는 단계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회 측의 설명은 다르다. 최인기 민주당 의원(농식품위원장)실 관계자는 "당시 한나라당에서 상임위 심의를 요구했으나 국회 심의로 올라간 사안으로, 결국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국회는 사실상 조약에 준해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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