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채필 "땀 흘려 일 않고 복지 그늘에 안주하는 현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채필 "땀 흘려 일 않고 복지 그늘에 안주하는 현실"

[청문회] "유성 파업은 불법"…현장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반발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렸다. 노동현안 관련 증인 및 참고인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한명도 채택되지 못한 가운데 정리해고 갈등을 겪고 있는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청문회장에 난입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한나라당 강성천 의원과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지난 2003년 별정직 6급으로 민원실에 근무하던 김모 씨로부터 이 후보자가 인사청탁과 관련한 돈봉투를 받고 돌려준 정황에 대해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해명 과정에서 전달받은 돈 봉투의 형태, 돌려준 시점, 목격자 유무 등에 대해 김 씨와 엇갈리는 발언으로 의혹을 산 바 있다.

특히 이 후보자는 금품을 전달받은 다음날 당시 재직하던 총무과장실에서 돈을 돌려줬다고 해명했다가 나중에 김 씨가 근무하던 민원실에 찾아가 꾸짖고 돌려줬다고 바꿔 말한 데 대해 "8년 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가 '총무과장실에서 돌려줬죠?'라고 묻자 '맞다'고 대답했다가 다시 정확하게 기억해낸 것"이라며 "당시에는 돌려줬다는 문구에 방점을 찍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건 당사자인 김 씨는 이날 청문회 증인 채택을 거부해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은 이 후보자의 해명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언론 보도를 보면 (최초 발언이) 후보자의 입에서 나온 건 아닌 듯 하다"라고 이 후보자를 감싸며 "뇌물공여죄는 중범죄인데 시효가 지났다고 하지만 (언론보도에 따른) 명예훼손죄로 고발할 생각은 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해당 언론사에는 정정보도를 요청했고 명예훼손에 관련해선 법리적 판단을 거쳐 응분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 "난 반노동 인사가 아닌 친일자리 인사"

한편 24일 공권력 투입으로 조기 진압된 유성기업 사태와 반년 넘게 정리해고 투쟁을 벌이는 한진중공업, 노조법 개정 등 노동 현안에 대한 이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인사 청문회를 이틀 남기고 (유성기업에) 공권력을 투입해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무산시켰다"며 "공권력 투입에 이르기까지 노동부는 뭐하고 있었느냐"고 질타했다. 이 후보자는 "유성기업은 주간2교대와 월급제 전환에 대한 노사 입장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도 "쟁의 주체와 목적은 인정하지만 시설점거 행위는 불법"이라고 답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도입 당시 면제 범위에 건전한 노조관리업무를 포함시키기로 국회와 정부가 합의했는데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동부가 일방적으로 상급단체 파견은 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당시 실무자였던 후보자는 명백한 월권을 저질렀고 노조를 부정하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춰 상급 노조에 대한 경비 지급사례가 없다"고 답하자 차 의원은 "한국의 노사관계는 처음부터 한국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며 "참 답답하다. 그 정신으로 어떻게 노동부에 있었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면제 한도를 재조정할 의향이 있냐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질문에도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와 관련 141일째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의 통화내용을 청문회 도중 들려주기도 했다. "현장을 방문해 (한진중공업 사태를) 해결할 생각이 있느냐"는 정 의원의 질문에 이 후보자는 "장소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가 뭔지 파악하는게 중요하다"며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현재 경영상 정리해고와 관련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이고 단체협상 문제는 노사 자율로 풀어야 한다"라고 비켜갔다.

정 의원은 "한진중공업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회사는 노동자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6개월간 갈등이 반복되는데 노동부는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고 재차 다그쳤다.

이에 이 후보자는 "노동부 부산지청장이 현장을 방문해 노사간 대화 주선을 하는 등 노력한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때 방청객 사이에 앉아있던 한진중공업 노조 조합원 한 명이 일어나 "한진중공업 책임지십시오! (부산지청은) 한 번도 온 적 없습니다! 말씀 좀 들어 주십시오"라고 외치다 끌려나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 후보자는 노사 관계에서 친기업적 성향이 강하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난 결코 반노동 인사가 아니라 친일자리 인사"라며 "누구보다 노동 운동의 순수성과 건전성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자리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부서간 통합을 강화하도록 하겠다" 등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해 '동문서답'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청문회가 끝난 뒤 논평을 내고 "이 후보자의 모두발언에서 '일은 하지 않고 복지의 그늘에 안주하는'이라는 표현으로 실업자와 워킹푸어 국민들을 모독했다"며 "반노동행정의 대표 주자답게 막말을 쏟아낸 이 후보자의 장관 임명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노동관계에 쐐기를 박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