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범대위는 "세종대 생협은 4000명이 넘는 대학 구성원에 의해 운영되는 대학공동체이므로 생협의 미래는 생협 조합원과 대학 구성원의 의지로 결정돼야 한다"며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퇴출 결정은 부당한 자치권 침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2001년부터 비영리법인으로 학내에 자리매김했던 세종대 생협은 그동안 모범적인 사례로 꼽혔다. 전국 24개 대학 생협 가운데 교수와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까지 고르게 이사장을 맡은 것도 세종대 생협이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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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생협이 위태로워진 계기는 학교 측이 사업권 회수를 통보했던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 측은 "생협이 학내 복지시설 운영에 있어서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며 "생협이 운영하는 전대매장, 자판기, 매점의 운영권을 넘기고, 생협 적립금 3억4000여만 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생협 측은 "생협이 지난해 처음으로 5000만 원의 적자를 낸 것은 사실이나, 이는 신축 학생회관의 외주업체 영업 개시로 인한 학내 시장의 포화와 물가 인상, 판매가 동결과 일부 품목의 가격 인하로 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생협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5%만 인상했다면 지난해 생협은 1억5000만 원의 흑자를 냈으리라는 주장이다.
생협 측은 "협동조합은 비영리로 운영되고 학생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가격을 올리거나 수익률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손용구 일반노조 세종대분회 조직부장은 "학교 측은 비영리단체인 생협을 내몰고 프랜차이즈 업체를 들여 수익을 내겠다고 한다"며 "그러나 학교 복지가 수익 창출 논리에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이 콜라 500원에 팔자고 했다"
유제승 세종대 총학생회장 또한 "생협에서는 학생들이 대의원으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며 "학생들이 콜라를 500원에 팔기 원해서 학생 대의원이 이를 생협 운영에 반영했다"고 거들었다.
유 회장은 "지금까지는 학내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했지만, 대기업이 들어오면 결국 어쩔 수 없이 오른 가격에 사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생협이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학교는 수익만 바라고 다른 업체를 들이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세종대학교 생협에서 파는 커피의 가격은 평균 2500원 꼴이다. 하지만 이 대학 신축 학생회관에 들어와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점인 '카페베네'는 시내와 똑같은 가격인 4000원 선에서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매점과 학생식당도 가격이 저렴하기는 마찬가지다. 매점에서 파는 음료수는 500~600원 선으로 편의점보다 약 300~400원가량 저렴하고, 학생식당 메뉴 가격은 평균 2500원으로 외부 식당보다 1000원~1500원 정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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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이 없으면 학생 복지를 위해 일해줄 데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생협 퇴출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 여론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9월에는 전체 재학생 1만여 명 중 절반가량인 5185명이 생협 퇴출에 반대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지난 3월에는 대학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학생총회가 성사돼 생협 퇴출 반대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생협을 지지하는 이유는 싼 가격 외에도 또 있다. 세종대학교에 다니는 오혁준(가명·수학과·07)씨는 "학내 모든 복지는 생협이 담당한다. 자판기, 매점, 식당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하다못해 비가 오면 우산도 빌려준다"며 "생협은 무조건 있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생협이 제공한 학생 복지 사업으로는 △스포츠용품, 공구류, 운반카트 등 물품대여 △택배 발송 및 수령 △전공서적 및 교양서적 벼룩시장 개최 △생협 매장 이용 시 카드 적립 △명절 귀향 버스 운행 △우천 시 우산대여 △자전거 무료 점검 및 부품 교체 △각종 문화사업 등이 있다.
현재 학교 측은 "가격 및 질적인 면에서 현재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 업체를 선정하고, 이익금 전액을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지급하겠다"며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대 학생인 배지선(수학과·08) 씨는 "생협이 없으면 학생 복지를 위해 일해줄 데가 없다"며 "기업은 학교와 계약해서 들어오는데 (생협처럼) 계약의 세부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돌아오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생협 직원 고용승계 약속은 모순" "학교 측이 고용 승계해준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죠. 학교는 고용 승계에 대해서 뭉뚱그려 말했거든요." 세종대 생협에서 교육과 홍보를 담당하는 한승희 씨는 "매장 정규직원들의 고용을 100% 보장하는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학교 측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 씨는 "학교에서 다른 업체와 계약해서 고용을 승계하면 계약기간이 길어봤자 2년"이라며 "2년 뒤에 고용 끝나는 형태는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세종대 생협에서 일하는 정직원은 44명. 평균 42세의 여성 노동자인 이들은 월급 150여만 원을 받고 평균 6년 동안 세종대에서 일해왔다. 세종대 생협을 지키기 위한 범대책위원회는 "생협 노동자들 절대다수는 광진구 주변에 거주하는 여성 노동자들로 생협 퇴출은 지역 여성 노동자들이 해고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세종대 총학생회는 "기존에 대학본부는 면담자리에서 생협은 정규직이 너무 많아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며 "(이제 와서) 고용 승계를 해주겠다는 얘기는 앞뒤가 안 맞는다"고 꼬집었다. 정규직을 그대로 승계하면 '생협이 방만한 경영으로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학교 측의 논리가 틀리게 되고,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승계한다면 제대로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꼴이라는 것이다. 생협 측은 "대학과 법인은 2009년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기타적립금의 명목으로 100억 원을 적립하고, 미사용자금 100억 원을 이월했으며, 최근에는 수익이 날지조차 불투명한 종편에 투자한다는 언론보도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며 "그 와중에 등록금은 어김없이 인상했던 대학이 과연 생협에 방만하다고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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