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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서 기계에 손가락 끼었는데, 라인 못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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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서 기계에 손가락 끼었는데, 라인 못 멈춘다?

한국지엠 사측, 사고 후 라인 세운 노조 대의원 징계위 회부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자동차 조립 라인을 세우고 안전교육 후 재가동을 요청한 노동자에 대해 사측이 생산 손실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해 논란이다.

지난 3월 31일 오후 9시경 부평공장 새시부에서 자동차 도어(문짝) 부착기계를 정비하던 노동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8바늘을 꿰매는 사고가 일어났다. 해당 노동자는 응급처지를 받은 후 병원에 후송됐다.

30여 분 뒤 현장에 도착한 한국지엠 노동조합 소속 안 모 대의원은 사고 상황을 전해들은 후 사고 이후에도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라인을 직접 정지시켰다. 이후 사고 소식을 모르고 있던 사측 당직 근무자에게 안전사고 발생 시 대처 규정에 대해 물었고 안전교육 실시 후 라인을 가동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오후 10시 경 안전교육이 실시됐고 안 대의원은 나중에 도착한 노동안전보건실장 등과 논의를 거쳐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라인을 멈추고 보전 업무를 수행한 후 재가동하도록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지엠은 안 대의원에 대해 '무단 라인 정지에 따른 생산방해 및 생산손실을 입었다'는 이유로 4일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안 대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큰 인명사고가 아니었다고 사측은 판단하고 있는데 당시 사고는 동일한 작업 구조에서 똑같이 반복될 수 있었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대우자동차가 지엠으로 인수된 이후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이 제대로 행사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정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37조에 따르면 공작·건설·수송기계 등을 정비할 때 노동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으면 사업주가 기계의 운전을 정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지역 노동단체 '건강한 노동세상'은 3일 "한국지엠은 관례적으로 기계와 설비 등의 고장 때 라인의 정지시간이 10분을 넘기지 않으면 설사 위험이 있더라도 기계와 라인을 가동한 채 작업을 수행해 왔다"며 "이 사고는 우발적인 게 아니라 국내법을 관행적으로 준수하지 않는 회사의 안전불감증에 기인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한국지엠은 작업중지권이 사측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부평공장 관계자는 "대의원은 라인 중단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며 "그 이외에도 인사적인 문제가 포함돼 있는데 내부 사정라 밝힐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대의원은 "징계위 출석 요구서에 다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건강한 노동세상은 "노동자의 작업 중지에 관련한 법원의 판례와 해석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정당행위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법원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각각 설비 이상이나 사고가 발생한 라인을 멈춘 기아자동차 대의원에 대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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