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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왕따 직원' 박종태가 수세미 들고 나타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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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왕따 직원' 박종태가 수세미 들고 나타난 까닭?

박종태 前 삼성 대리 "우울증·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지난해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노동조합을 설립하자고 호소했다가 해고당한 박종태 씨가 '왕따 근무'와 사측의 감시로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겼다며 3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을 신청했다.

박 씨와 삼성일반노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등은 이날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씨가 (재직 당시) 근로자위원으로 활동할 때부터 회사의 견제·감시를 받아왔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회사의 감시·감독·징계·해고 등의 처분을 받아 정신질환이 발생했다"며 "박 씨의 산재신청은 삼성의 반노조 정책이 노동자의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폭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삼성전자 내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사측과 잦은 충돌을 빚다 우울성 장애와 급성 스트레스 장애(의증) 판정을 받고 지난해 8월 정신병동에 한 달간 입원했다. 이후에도 목디스크를 앓고 있는 박 씨를 생산라인으로 전보조치하는 등 '왕따 근무'를 시키다 지난해 11월 해고했다. 박 씨는 현재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상태다.

'새날'의 권동희 노무사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같은 참상을 겪어야 발병되는 증세"라며 "박 씨가 제공한 삼성 측과의 대화 녹취록, 노사협의회 위원 면직 처분 이후 과정을 보면 박 씨의 증세가 사측의 노무관리 정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해고당한 지 160여 일만에 오늘 처음으로 딸들이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하더라. 직장에 다시 출근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진실로 직장을 다시 다닐 수 있도록 삼성의 무노조 가면을 벗기려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을 잃은 그는 지금 부인이 수세미를 팔아서 생계를 꾸린다. 하지만 각각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포함한 네 가족의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이날 회견 장소에도 수세미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수세미를 들어 보이며 "예전 동료들과 관계사 사람들이 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니 수세미라도 팔아주겠다며 수십 개씩 사갔다. 이런 도움이 있기에 지속적으로 삼성과 싸워나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삼성전자 해고자 박종태 씨가 산업재해 신청 기자회견 중 발언하며 수세미를 들어보이고 있다. 해고 당한 후 마련한 생계 대책이다. ⓒ프레시안(김봉규)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박 씨를 처음 봤을 땐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불안해하고 휴대전화 도청 위험에 떨고 있었다"며 "이런 모습은 사원들의 고충을 앞장서 대변하려 했던 노동자들이 탄압받았을 때 보여주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삼성은 허울 좋은 무조노 경영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를 옥죄고 백혈병 등으로 목숨을 잃어도 산재 은폐와 거짓으로 일관한다"며 "인간에 대한 감시와 차별, 인권유린 속에서 우울증이 산재로 인정되는 건 당연하다"라고 덧붙였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박 씨의 산재신청뿐 아니라 삼성에서 일하다 암에 걸려 죽어가는 노동자 문제를 우리는 계속 고발할 것"이라며 "지난한 싸움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정신질환과 관련된 산재 신청의 불승인 비율이 70~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씨 측은 산재 불승인 처분이 나면 행정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산재가 인정된다면 삼성의 노무관리 정책이 근로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삼성 측에서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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