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30만원 줘야 할 것, 3만원 주고 '비정규직 처우개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30만원 줘야 할 것, 3만원 주고 '비정규직 처우개선?'"

교과부 "비정규직 임금 관련 사항은 시·도교육청과 학교 소관"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A씨는 지난해까지 월급 86만3500원을 받았다. 올해 1월, 공무원의 기본급이 늘어났다는 소식을 언론에서 접하고 A씨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가 학교와 체결한 취업규칙에 따르면, 학내 조리사들의 월급은 공무원의 기본급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공무원 임금이 동결되면서 A씨의 임금도 3년째 그대로였다.

그러나 지난달 A씨는 임금 명세서를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공무원의 임금은 올해 28만 여원이 인상됐지만, 그의 임금은 89만7500원으로 겨우 3만 원가량이 올랐다. A씨가 취업규칙을 지키라고 항의하자, 학교 측은 뒤늦게 임금을 낮추는 '취업규칙 개정안'을 내놓으며 A씨와 동료들에게 서명을 요구했다.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 방식을 두고 교육과학기술부와 노동조합이 서로 엇갈리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 측은 "교과부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체불임금 100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의 A씨의 경우라면, 취업규칙에 따라 인상돼야 하는 임금과 실제 지급된 임금 사이의 차액이 체불임금으로 계산된다는 논리다.

반면, 교과부는 "학교회계직원의 임금에 관한 사항은 교과부가 아닌 시·도교육청 및 학교에서 정한다"고 맞섰다. 그리고 교과부는 학교회계직원의 임금을 종전보다 올려줬다는 점은 분명하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시·도교육청 및 학교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학교회계직원이란 초중고등학교에서 일하는 방과 후 교사, 영양사, 조리원, 사서, 사무보조 직원 등 학교 회계 상 임금이 지급되는 직원을 말한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봉은 원래 지방공무원 호봉과 연동해서 정해졌다. 교과부가 2006년에 정한 초‧중등학교 회계직원에 대한 임금 기준을 보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일반직 9급 또는 기능직 10급 지방공무원 1호봉 월 지급액의 21배에 상당'하는 연봉으로 정해야 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공무원 초임자와 학교 회계직원의 초임을 맞추기 위해서 공무원 기본급의 21배 안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각 학교는 이 기준을 따라 취업규칙을 만들었다.

문제는 지난 3년 동안 동결됐던 공무원 임금 체계가 올해 1월부터 바뀌면서 불거졌다. 정부는 공무원의 임금을 평균 5.1% 인상했고, 수당 위주로 얽힌 임금 체계도 간단히 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부터 매달 수당으로 지급되던 공무원의 가계지원비(봉급의 16.7%)와 교통보조비(12만~20만 원)가 기본급에 통합됐다. 공무원의 기본급이 오르면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도 덩달아 올라야 하는 상황이 됐다.

노조 측은 "공무원의 1호봉 급여가 올랐기 때문에, 취업규칙에 따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급도 275일 근무자는 37만 원가량, 245일 근무자는 33만 원가량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능직 10급 1호봉이 지난해 73만5100원이었는데 올해는 101만6500원으로 28만여 원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2월 24일 '2011학년도 학교회계직원 처우개선안'을 발표하고 △ 연봉기준액 4% 인상 △설날 및 추석에 10만 원씩 수당 지급 △3년 이상 근무자부터 최소 3만 원에서 최대 8만 원 장기근무가산금 지급안을 내놓았다. 명절수당 10만 원과 장기근무가산금 8만 원까지 합치면 최대 15.13%까지 연봉이 오른다는 것이 교과부 측의 주장이다.

교과부는 "이러한 처우개선안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합의로 마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과부가 내놓은 새로운 임금안을 적용하려면 각 학교는 취업규칙을 바꿔야 하지만, 일선 학교는 취업규칙을 고치지 않고 변경된 임금을 지급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반발했다. 노조는 "교과부는 제멋대로 임금 결정 기준을 무시하고 임금을 고작 3만 원 남짓 인상했다"며 "이는 명백히 취업규칙 위반이며 취업규칙 변경 없이 마음대로 임금을 지급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조를 빼놓고 교과부가 임금 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는 점도 노조 측의 불만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연봉기준액 4% 인상안은 연봉 산정 기준에 대한 규칙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교과부가 임의로 정한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임금 체계를 바꾸려면) 각 학교에서 취업규칙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면서도 "학교와 시·도에서는 그동안 취업규칙 (변경)에 관심이 없었다"며 질타했다. 이어 교과부 측은 "학교회계직원 처우개선안은 시·도교육청에서 하자고 해서 교과부는 그대로 따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뒤늦게 취업규칙 변경을 요구하는 동의서가 돌고 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교과부는 16개 시·도 교육청과 합의했다고 주장하지만, 교과부가 이렇게 임금 안을 내려보내면 학교는 따를 수밖에 없다. 교과부에서 돈을 내려주므로 학교에서는 다른 예산을 확보할 수 없으니 그런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존의 취업규칙을 두고 교과부가 새 임금안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나 교육청에서 사전에 (비정규직 임금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못 했다"고 답했다. 기존 취업규칙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운 임금 대책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100만 원 남짓의 임금을 받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무원과의 '임금인상률 차별'만 확인한 셈이 됐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