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 0시50분께 충청남도 아산시 음봉면 ㅅ아파트 앞 도로에서 ×× 20×5호 승용차가 삼성SDI 해고 노동자 김 모 씨를 승용차 보닛에 매달고 운행하는 것을 택시운전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승용차 운전자 강 모 씨 등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김 씨는 삼성SDI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다 2000년 해고됐다. 경찰에 입건된 강 씨 등은 삼성SDI 신조직문화사업국 소속 직원이다.
<한겨레>가 소개한 김 씨의 사연은 첩보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김 씨는 12일 밤 삼성SDI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충남 천안시의 한 식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자정께 승용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승용차 한 대가 김 씨를 뒤쫓았다. 이상했다. 이 승용차는 김 씨가 모는 차량의 속도에 딱 맞춰서 움직였다. 김 씨의 머리에 '미행'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김 씨는 일단 도로 옆 아파트로 들어간 뒤 시동을 껐다. 그리고 의자를 뒤로 젖히고, 운전석에 누운 채 밖을 살폈다. 뒤따르던 승용차 역시 같은 아파트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조수석에서 누군가가 내렸다. 그는 김 씨가 탄 차로 다가와 차 안을 살폈다. 그러다 김 씨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김 씨는 바로 차에서 뛰어내려 미행하던 차를 가로 막고 "누구냐? 신분을 밝혀라. 왜 미행했냐"고 소리쳤다.
그러나 김 씨를 미행하던 강 씨 등은 차량 보닛을 잡고 있던 김 씨를 무시한 채 시동을 걸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김 씨는 오히려 차량 보닛을 더 꽉 잡을 수밖에 없었다. 강 씨는 김 씨를 떨어뜨리려는 듯 급발진과 급제동을 거듭하고, 좌우로 차를 흔들며 거칠게 운전했다.
마침 이런 장면을 근처에 있던 다른 택시 기사가 봤다. 이 기사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서 강 씨 등을 연행했다.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이 회사의 다른 직원을 미행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해고된 직원인 김 씨를 고의로 사찰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요컨대 삼성SDI의 한 직원이 회사 안에서 기밀문서를 출력한 것을 보고, 그 직원을 미행했다는 게다. 그런데 그 직원이 김 씨를 만나는 것을 보자 김 씨까지 미행했다는 것. 삼성SDI 측은 김 씨가 해고 노동자라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 씨 등을 미행했던 삼성SDI 직원들이 속한 신조직문화사업국은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보다 앞서 삼성의 비리를 공개하거나, 삼성에 노동조합을 만들려 했던 이들은 한결같이 '미행당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삼성전자 사내 전산망에 노동조합 설립을 호소하는 글을 실은 뒤 해고됐던 박종태 씨, 김용철 번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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