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2월 21일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한‧EU FTA 협정문 번역 오류를 처음 지적한 뒤, 한‧미 FTA 협정문 번역 오류가 드러났고, 이번에는 한ㆍ인도 CEPA 협정문 번역 오류까지 드러났다. 세계 각국과 전방위 FTA를 추진해 왔던 외교통상부의 업무처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 관련 기사: 한·EU FTA 국회 비준동의안, 번역 오류…"원본과 달라", "한·미 FTA 협정문 번역도 엉터리)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6일 "지난해 발효된 한ㆍ인도 CEPA 협정문 한국어본에도 번역 오류가 심각하다"며 "일단 양허표 10페이지만 확인했는데도 무려 17개의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협정문과 양허표를 고작 10페이지 들춰봤을 뿐인데도, 치명적인 번역 오류가 쏟아졌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또는(or)'을 '기타'로 번역하거나, '명태'를 '북어'로, '조기'를 '굴비'로, '고등어'를 '삼치'로 잘못 번역한 것도 있으며, 종류가 전혀 다른 '바다가재와 대하'를 '닭새우류'로 번역하는 등 이루 셀 수 없는 오류가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의원은 "같은 '소라'라도 원문에는 '냉동'과 '염장'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한국어본에서는 모두 '소라'라고만 번역했고, 식용할 수 있는 식품(칼새 둥지, 칼새의 둥지는 사람이 먹을 수 있다)을 식품이 아닌 것(살랑갠 둥우리, 칼새의 일종인 살랑갠이 분비하는 물질이 응고된 것으로 사람이 먹을 수 없다)으로 번역한 것도 있으며, '갑각류(crustaceans)'라는 주어를 번역하지 않고, 그냥 '기타 가루 등'이라고만 불명확하게 번역해 놓은 것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박 의원은 "실제 한국과 인도 간에 무역이 이루어졌을 경우 요구한 상품과 제공된 상품의 현격한 차이로 인한 분쟁이 빈발할 수 있고, 그러한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모든 협상이 영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 책임은 온전히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CEPA는 본질적으로 FTA와 동일한 성격을 갖지만, FTA가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교역을 핵심으로 하는데 비해, CEPA는 말 그대로 상품 교역 외에도 인력이동, 투자, 원산지 규정, 관세협력, 통신시장 개방, 무역 분쟁 해결 방법 등 훨씬 더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면서 "CEPA 협정문 오류는 FTA 협정문 오류보다 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사인(私人) 간에 계약을 할 때에도 계약서를 몇 번씩 확인하는데 어떻게 대한민국 정부가 이처럼 허술하게 외국과 조약을 체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각종 자유무역협정문의 오류는 결코 간과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번역 오류는 국격은 물론, 향후 국익에도 엄청난 위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FTA 한글판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현 정부가 체결한 FTA는 물론, 이전 정부가 체결해서 이미 발효되고 있는 FTA 협정문에 대해서도 일괄적인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이 차후에 발생할 다양한 무역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제거할 수 있다"며 국회 차원의 검증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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