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 이후 '삼성 경영 쇄신' 약속, 전부 뒤집어져
당시 홍 관장이 사임한 배경에는 그가 미술품을 사들이는 데 쓴 자금의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특히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가 쟁점이었다. 특검은 '행복한 눈물'의 실제 소유주가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 그림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구매한 사람이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홍 대표는 홍라희 관장의 심부름을 했을 뿐이며, 그림을 사는 데 쓴 돈은 삼성 비자금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김 변호사의 이런 주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법원은 이건희 회장에게 일부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말 이 회장을 사면했다. 이듬해 이 회장은 삼성 경영에 복귀했고, 결국 부인 홍라희 씨까지 리움미술관 관장에 복귀했다. 결국 삼성이 지난 2008년 4월 국민에게 약속한 내용은 전부 뒤집어진 셈이다.
미술계에서 삼성 영향력 세질 듯
홍 관장이 복귀한 것은 지난 16일이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진 것은 29일이다. 홍 관장이 이날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 '코리안 랩소디'의 개막행사에 관장 자격으로 참가하면서 알려졌다.
홍 관장이 물러나 있는 동안, 리움미술관 관장 자리는 공석으로 유지돼 왔다. 미술관 운영은 홍 관장의 동생인 홍라영 총괄부관장이 맡았었다. 홍 관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면서, 미술계에서 삼성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미술시장이 그동안 침체에 빠져 있었던 탓에, 미술계가 홍 관장의 복귀를 원했던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행복한 눈물' 논란의 다른 주인공, 오리온 비자금 사건 연루
한편, '행복한 눈물'을 둘러싸고 홍 관장과 함께 뉴스의 중심에 서 있었던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최근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최근 오리온 그룹이 서미갤러리를 통해 비자금 40억 원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지난 22일 홍 대표의 자택과 오리온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서미갤러리는 이밖에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그림을 뇌물로 받고 세무조사를 무마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서미갤러리는 삼성뿐 아니라 숱한 권력자와 재벌의 비리가 만나는 교차로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런 잡음은 서미갤러리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최근 자서전 출간으로 언론의 관심을 끈 신정아 씨 역시 미술품 구입 과정에서 비리 의혹을 받았었다.
경제사범들이 미술품 좋아하는 이유
미술품이 각종 경제범죄의 수단으로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술품은 소유 확인 및 가격 평가가 어려워서 세금을 물리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미술품을 사고 팔아서 생기는 이익에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미술품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또 비자금을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으로 관리할 경우, 명의를 차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미술품은 그렇지 않다. 좁은 공간에 거액의 자산을 보관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실제 소유주가 홍라희 관장인지, 홍송원 대표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행복한 눈물'의 경우 200억 원대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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