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상담할 외국인들이 줄을 선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다. 곧 순번이 돌아올 테니까.
안에 미처 못 들어온 노동자들은 복도에 간이 의자를 갖다 놓고 줄지어 앉아 있다.
새치기가 생길까봐 직원들이 순서를 확인한다.
"자, 다음! 태국 사람 중에 누가 제일 먼저 왔어요?"
하는 식으로.
그러나 아무리 주의해도 새치기가 생긴다.
아까부터 열린 문 밖에서 한 젊은이가 안쪽을 보며 웃고 있다. 사무실 가장 깊은 곳에 들어앉은 나와 눈을 맞추려고 그 먼 곳에서부터 안광(眼光)을 쏘아보낸다. 눈빛이 대단하다!
하지만 웃는 건 좋은 일 아닌가?
내가 답례로 고개를 끄덕이니 이제 아예 손까지 흔든다.
아는 사람 같지는 않은데.
혹시 무지하게 바쁜가?
나와 그 사이에는 직원 다섯 명과 수많은 노동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직원들은 상담하다가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며 자료를 복사하거나 나에게 조언을 받고 간다. 그래서 실내는 교통이 혼잡한 네거리와 다름없다.
문밖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과 먼저 와서 진치고 있는 외국인들을 뚫고 나에게 접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직원과 외국인들이 약간의 틈을 내주고 있는 사이, 젊은이는 난공블락으로만 여겼던 교통 장벽을 뚫고 내 앞에 섰다.
"목사님,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요?"
"안 돼! 너는 새치기니까."
소리가 나와야 하련만, 내 의지와는 정반대의 소리가 나왔다.
"물어봐."
그는 방글라데시 인으로, 질문의 요지는 자기가 도합 몇 년을 일할 수 있느냐는 거였다.
그는 소위 3 플러스 3에 해당되는 사람이다. 즉 한 회사에서 3년 일하고 일시 귀국했다가 재입국했으므로 3년을 더해서, 도합 6년을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제도가 바뀌었다.
일시 귀국하고 재입국할 필요 없이 내리 5년을 일한다.
그가 말했다.
"나는 3년 일하고 (방글라데시) 갔다 왔지만, 법이 바뀌었으니까 5년 더 일할 수 있는 거 맞지요?"
자기는 3 플러스 3이 아니라 3 플러스 5를 받겠다는 배짱이다.
참으로 편리한 법 해석이다.
옛날 법을 적용하다가 불리하면 요즘 법을 적용하고,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옛날과 요즘을 합치거나, 그 사이로 빠져나간다.
방글라데시 사람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지만, 이 정도로 심하게 제 논에 물 대기(我田引水) 할 줄은 몰랐다.
나는 조근조근 말했다.
"현행법으로는 3 플러스 3이거나 내리 5년, 두 경우밖에 없어요. 당신은 3 플러스 3이니까 내리 5년보다는 오히려 행운이지."
그는 멋적은 듯 머리를 긁으며 돌아섰다.
퇴장하는 그를 보며,
비행기로 싣고 가서 사하라 사막에 떨구어 놓아도 살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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