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국내 대기업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대기업이 정부보다 관료적"이라는 게다. 국내 대기업이 '고환율' 환경에서 편하게 이익을 내다보니, 위험을 무릅쓰고 창의적 혁신에 나서는 도전정신이 사라졌다는 게다.
그는 또 국가 차원에서 대기업을 보다 창의적 조직으로 바꾸기 위한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도 했다. 대기업의 의사결정 방식은 결국 지배구조와 관계가 있다. 곽 위원장은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서 새로운 방안을 다음달 중에 내놓겠다고 했다.
지난 17일 저녁 국민은행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곽 위원장은 19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재벌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아온 현 정부의 산업정책을 놓고, 정부 안에서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가에 부담을 줘가면서까지 '고환율' 정책을 고집해서 수출 대기업에게 혜택을 줬지만, 한국 경제의 건전성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에서도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곽승준 "대기업, 정부보다 관료적…2~3년 앞을 내다보지 않는다"
곽 위원장은 국민은행 세미나에서 "지난 2년간 고환율로 대표 기업들이 수익을 많이 낸 것은 독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정부 부처가 관료적이라고 하지만 대기업은 더 관료적이며 그때 그때 성과로 포지션이 결정되기 때문에 절대로 2, 3년 앞을 내다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곽 위원장은 "조선산업은 (주도권을) 중국에 뺏겼다고 보고 있으며, 자동차는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의 자동차 등록 수 제한이 영향을 줄 수 있어 잘하면 버티고 잘못하면 못 버틴다고 본다"면서 "전자산업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버틸 수 있는 것이 콘텐츠 산업"이라며 "고도 경제 성장에 좋고, 젊은 층에 필요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외국 과학자에게 한국 시민권 줘야"
곽 위원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1'의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전시회에 갔을 때 삼성전자 사장이 드림웍스와 콘텐츠를 만들어 잘해본다고 했지만, 드림웍스에 물어보니 '미쳤느냐'며 'LG도 주고 삼성도 주겠다'고 했다"면서 "콘텐츠는 무조건 디바이스(장치산업)를 이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가전에서 가장 셌지만 일본에 줘 버리고 기업을 시스템반도체와 인터넷 등 고부가가치로 만들었다"면서 "컬럼비아를 인수하고 콘텐츠 회사로 전환한 일본 소니는 경영진의 콘텐츠 마인드가 부족하지만 힘들게라도 굴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 하이얼한테 내줘야 한다"며 "가격은 반이지만 거의 (기술) 차이가 안 나고 삼성과 LG 공장도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어 하이얼한테 먹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소프트웨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러시아 과학자를 데려와서 한국 시민권을 줘야 한다"면서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19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기업은 변화를 읽고 몽골 기병(騎兵)처럼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우리 대기업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며 "이렇게 해서는 변화의 속도가 빠른 '스마트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새로운 방안 마련 중"
그리고 그는 "기업의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 주주 자본주의와 전문경영인 체제에 변화를 가져 올 새로운 방안을 내달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대부분 창업가의 2~3세가 경영하고 있다. 이런 특징은 국내 대기업들에게서 도전정신이 약해진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예컨대 고(故) 정주영 범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같은 도전정신을, 지금의 대기업 총수들에게서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다. '몽골 기병'과 같은 과감한 도전 정신이 기업 지배구조 문제와 맞물려 있는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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