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시내버스 파업이 92일째를 맞은 9일, 전주 덕진구청은 호남과 신성, 전일, 전북 등 시내버스 회사 4곳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벌였다. 이날 행정대집행은 4개 버스회사에서 동시에 이뤄졌으며, 전북경찰은 경력 32개 중대(2500여 명)을 동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경고 방송 후 파업 중이던 버스 노동자들을 에워싸고 그들을 회사 밖으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노동자들을 끌어낸 뒤, 덕진구청은 버스회사 4곳에서 천막 16동과 초소 2동 등 시설물 18개동을 철거했다. 철거가 끝난 뒤, 노동자들은 전주시청 앞 광장에서 항의집회를 벌였다. 그리고 전일, 신성 등의 버스회사에선 출차가 이뤄졌고, 호남고속에선 버스 점검이 이뤄졌다.
앞서 전주지법 제1민사부는 전주시내 4개 버스회사가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여 "노조는 부동산과 부동산 안의 시설을 점거하거나 정류장의 출입, 주차, 운행 등 일체의 행위를 방해하는 행동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전주시의회가 지난 7일 공권력 투입 반대와 사측의 합의안 수용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시민사회의 공권력 투입을 우려하는 목소리 속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버스노동조합은 "이날의 폭력적 침탈을 기억하고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스노조는 "버스투쟁 현장에 공무원과 병력이 투입돼 버스출차를 강행하고 농성장을 유린했다"며 "이런 행위는 버스파업을 좌초시키기 위한, 철저히 사업주의 편에 선 행위"라고 못 박았다.
민주노동당 전북도당도 이날 논평에서 "경찰은 민주노총이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면서 수용한 사회적 합의안과 노동부 중재안까지 거부한 사업주들이 요구한 공권력투입 요청을 들어줄 어떠한 명분도 없는 상황에서 뻔뻔한 폭거를 또 다시 저질렀다"며 이런 조치가 파업 사태를 오히려 장기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도당은 "파업장기화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사업주들의 불법적인 교섭회피를 철회하도록 압박하는 것만이 전라북도와 전주시, 노동부와 경찰이 파업장기화를 해결하기 위해 보여줘야 할 역할"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측은 이날 경찰의 도움으로 출차되지 못한 버스의 절반 가량인 70여 대를 이날 오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지난 7일 전주시의회가 채택한 '사회적 합의안 사측 수용 요구'에 "민주노총의 말을 대변하는 기관인지 의심스럽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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