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세 대학 노동조합은 생활임금으로 시급 5180원을 제시하며 지난해 10월 말부터 9개 용역업체와 12차례 집단교섭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끝내 교섭이 결렬되면서 노동자들은 94.9%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관련 기사 : 고대·연대·이대 청소 노동자, 파업 가결)
ⓒ프레시안(김윤나영) |
이날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이경자 민주노총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 연세대분회 조합원은 "우리는 가정을 지키는 엄마·아빠이지 여기에 부업하러 온 게 아니다"라며 "홍익대와 같은 임금을 주겠다는 학교 측의 제안을 거부하고 시급 5180원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연세대에서 일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부러워하지만 부끄러워서 임금을 말할 수 없다"며 "학교가 우리를 벌레 취급해서 속상하다. 쓰레기를 치우니 쓰레기 대접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학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은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고 한 달에 85만8990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합원은 "자녀 친구들이 '시부모에게 생활비를 안 주면 자기 아이에게 한 번 더 과외를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며 "그 말을 듣고 늙어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부모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복지, 복지 하면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저임금을 강요한다"며 "열심히 살려고 하는 엄마‧아빠들을 정부에서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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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발언에 나선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서울대병원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투쟁했을 때 한 의사가 '어머님이 청소 노동을 하신 덕분에 제가 잘 자랄 수 있었다'고 말했다"며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청소하시는 어머님들이 감동했다"며 운을 뗐다.
이어 김 대표는 "오늘은 103번째 세계 여성의 날인데, 지금 여성노동자들의 상황은 103년 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의 조건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청소 노동자들의 싸움으로 '말도 안 되는' 노동조건이 사회에 드러나고 있다"며 "교육과 국민 건강을 지킨다는 학교와 병원 당국이 자기 지붕 아래 노동자부터 지키지 않으면 부도덕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뒤이은 '3‧8 여성의 날 투쟁 선포 대학생 기자회견'에서 윤애숙 연세대 문과대 학생회장도 "왜 여성들은 비정규직이고, 최저임금도 못 받거나 최저임금만 받아야 하느냐. 한 집안의 가장, 노동자가 아니라 반찬값 벌러 온 아줌마로 치부되느냐"고 반문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한 학생은 "4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이렇게 쓰레기가 많은 것은 처음 본다. 잠깐만 청소 안 해도 이렇게 되는구나 싶다"며 "청소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게 일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일을 안 하니까 더 청소 노동자들의 존재감을 느끼게 됐다"는 소회를 밝혔다.
▲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8일 학교 본관 앞에서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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