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부터 유가족은 김 씨의 죽음에 대해 삼성 측의 사과를 요구하며 삼성 본사 앞에서 일인 시위를 벌여왔다. 고인의 누나인 김정 씨는 "유가족은 51일이 지나도록 장례도 못 치르는데 천안의 실무 책임자는 (이 사건이) '내 손을 떠났다'고 한다"며 "천안에 있어도 소용이 없으니 본사에서 최고 책임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일인 시위하는 유가족들을 막아선 삼성 측 보안요원. ⓒ삼성일반노조 |
그러나 유가족들은 삼성 건물에 한 발짝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다. 보안요원이 유가족들을 제지했다. 유가족과 일인 시위에 함께 참여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일인 시위가 시작되기도 전에 경비들은 일렬로 늘어섰다"며 "나중에는 건물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사람까지 합해 경비들 50명이 방패처럼 유족들을 둘러쌌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가족들이 일인 시위할 때 나타나는 보안요원은 2~3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김성환 위원장은 "이미 49재가 지났고 유가족들도 시간이 갈수록 분노하는 마음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사측이 갑자기 보안요원 인원을 늘렸다"고 말했다. 결국 책임자 면담을 요구하며 정문으로 진입하려 했던 유가족은 길가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3일에는 삼성전자에 노조를 만들자는 글을 올렸다가 해고된 박종태 씨도 일인 시위에 참여했다. 박 씨는 "본사 정문 앞이 막혀서 할 수 없이 인도에서 일인 시위를 하는데 보안직원이 인도에서마저 나를 내쫓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직원들이 인도를 다 막고 있는 것은 불법 아니냐"고 따졌지만, 보안직원은 "인도와 도로 모두 삼성 땅"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 씨는 "지금까지 했던 일인 시위 중에 오늘이 가장 살벌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회사에서 어떤 직원이 '유가족들이 (시신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유가족이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장난으로 보이느냐, 너희들은 이런 일 안 당할 줄 아느냐'고 오열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살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죽었으면 우리 가족도 나를 위해서 그랬을(일인 시위했을) 텐데 너무하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일반노조 |
김정 씨는 "경찰이 와서 유가족에게 항의 방문을 해도 된다고 했지만 막상 항의 방문하러 들어가려 하자 삼성 직원에게 막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경찰에 대한 불신도 숨기지 않았다. 김 씨는 "유가족들이 그렇게도 들어가고 싶어 하는 본관 안에서 다른 정보과 형사가 삼성전자 직원과 웃고 떠들고 있었다"며 "우리는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데 경찰이 유가족을 약올리는 것 같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 씨는 "지금 심정은 한마디로 참담하다"며 "장례도 못 치르는 것도 참담하고, 유가족이 왔는데 본사에 못 들어가게 하고 화장실도 못 쓰게 하는 게 참담하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무기를 든 것도 아닌데, 우리는 살아도 산 사람들이 아닌데, 그런 사람들을 그저 막기만 하고 왜 회사는 책임이 없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