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 관세 불이익…정부 "실수할 수 있다. 나중에 고치면 된다"
예컨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비준동의안 661면에는 완구류의 '비원산지 재료의 최대 사용 가치'가 40%로 규정돼 있으나, 원문(영문본)에는 50%로 표기됐다. 또 왁스류의 경우에도 국회 제출본에는 20%로 표기됐으나 원문은 50%로 적시됐다.
이는 원산지 판정 기준에 관한 문제인데, 매우 민감한 대목이다. 국내에서 제작된 완구류에 중국산 등 비원산지 재료가 50% 섞였는데, 국내 번역본처럼 40%가 기준이었다면 이 제품은 한국산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이 경우, FTA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완구 및 왁스 업계는 상당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
하지만 번역 오류의 책임이 있는 통상교섭본부는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입장이다. "5000가지가 넘는 품목을 번역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다"라는 게다.
정부 "틀린 번역, 고칠 시간 없다"
송 변호사의 기고가 게재된 직후인 지난 21일, 외교통상부는 보도참고자료를 언론에 배포해 "원산지 기준과 관련하여 국문본상 수치 오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지만, 그래도 비준은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기사: 한·EU FTA 국회 동의안 번역 오류, 정부도 시인)
국회법의 의안 수정·철회권(90조 3항)을 따르면, 이런 경우 정부는 비준 동의안을 철회하고 오류를 바로잡아 다시 국무회의부터 심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이번 국회 회기 중에는 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정부는 "비준 동의안은 철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협정문 그대로 국회에서 일단 비준 동의를 받아 7월1일 잠정 발효한 뒤에 한국과 유럽연합이 구성하는 무역위원회를 통해 정정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한·칠레 FTA의 경우도 협정이 2004년 4월 발효된 뒤 스페인어 협정문에 '수출업자'와 '수입업자'가 뒤바뀐 오류가 발견돼 2005년 3월 착오 정정을 위한 교환각서를 작성했던 선례가 있다는 것.
<조선> "상임위 상정 어려울 전망"
그러나 "오류가 있다는 걸 인정하지만, 고치는 건 나중에 하겠다"라는 정부 방침에 대해 야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정부는 이런 상태로 성급하게 (한·EU FTA) 비준안 처리를 요구할 게 아니라 한글본 오류를 정정해 다시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는 절차부터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받아 <조선일보>는 "외교부, 틀린 'FTA 협정문' 그대로 국회비준 강행… 왜? '번거로워서'"라는 기사에서 "한·EU FTA 협정문에 오류가 발견됨에 따라, 비준동의안이 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되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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