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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뛰기'를 아시나요?…신음하는 4대강 공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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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탕뛰기'를 아시나요?…신음하는 4대강 공사 노동자"

경실련·건설노조, 4대강 사업 불법계약·노동 착취 실태 공개

4대강 사업 작업장에서 일하는 덤프트럭 노동자들이 계약상 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음성적인 재하청 구조에 끼어 불법‧탈법 거래에 노출된 상태로 4대강 '속도전'을 맞추기 위해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2일 서울 종로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덤프트럭 노동자들의 계약서 및 세금계산서, 통장 입출금 내역, 4대강 사업 계약 내역 등을 토대로 4대강 사업 대부분의 공구에 걸쳐 대형 건설사들이 노동 착취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덤프트럭 노동자 실질 임금, 계약상의 40%"

박대규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 위원장은 "실제 공사 현장에서 운용되는 인력과 장비가 계약 내용보다 부족하지만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건 노동 강도가 그만큼 세다는 것"라고 말했다. 이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덤프트럭 노동자들은 계약상 임금의 40% 수준만 받으면서도 작업량을 맞추기 위해 과적‧과속 등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일들을 강요받고 있었다.

경실련이 공개한 4대강 사업 금강 1공구 설계내역서에 따르면 24톤 덤프트럭을 1시간 사용하는 비용은 8만6638원이다. 강바닥 모래를 퍼내 트럭에 담고, 3.6킬로미터를 왕복하며 모래를 적하하는데 26분이 걸린다고 가정한 계산이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16분이면 한 차례 작업이 완료된다. 현장에서 필요한 덤프트럭의 수보다 부풀려서 공사비를 청구하는 게 가능해진다.

여기에 노동자들의 임금을 더 쥐어짜기 위한 다단계식 재하청 구조가 있다. 정부로부터 계약을 따낸 대형 건설사들이 중소 하청기업에 60% 정도의 공사비로 하청을 주는 건 합법이다. 하지만 하청기업은 알선업자를 통하거나 재하청을 통해 덤프트럭 노동자와 계약하면서 다시 차액을 챙긴다. 노동자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임금은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경실련의 자료를 보면 평균 91% 낙착률을 낸 턴키식 발주의 경우 계약단가 대비 실제 지급액은 36%에 그쳤다. 경쟁입찰식의 경우에는 51%의 지급률을 보였다.

경실련이 30대 공구의 계약 내역을 토대로 추정한 총 운반비용 1조1665억 원 중 실제 공사를 하지 않는 건설사들이 가져가는 수익이 7116억 원에 이르는 셈이다. 게다가 정부가 4대강 사업 예산을 조기집행하면서 건설사는 계약금의 30~70%를 선급금으로 받았지만 덤프트럭 노동자들은 대부분 2~3개월이 지난 후에야 임금을 받는 체불 형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나마 대금의 절반 이상이 어음 형태로 지급되는 경우도 많았다.

재하청 단계에서 불법계약이 만연하는 것도 문제다. 알선업자를 통한 재하청의 경우 노동자들은 임금의 5%를 수수료로 떼인다. 운반비 산정 역시 정식 계약서상의 시간당 임금이 아닌 차량 1대가 한 번 왕복하는데 금액을 매기는 이른바 '탕뛰기' 방식이다. 건설업체의 공사비 부풀리기와 임금 체불, 불법 재하청 속에서 노동자들만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송찬흡 건설노조 대구경북지역 건설기계지부장은 "받는 돈의 40%가 유류비로 빠져나가는 데다 덤프트럭 할부금이 한달에 250~350만 원에 이르는 노동자들로서는 사실상 임금을 받아도 마이너스가 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21일에는 낙동강 25공구 덤프트럭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덤프트럭을 세우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풀린 공사비와 깍아내린 임금의 차액은 고스란히 건설사들의 몫이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실제 임금이 지급되는 과정을 보면 불법 알선업자들이 세금계산서상의 금액을 노동자에게 지급한 후 다시 차액을 돌려받는 식으로 부당 이득을 취해왔다"고 말했다.

▲ 경실련과 건설노조가 공개한 4대강 사업 알선업자에 의해 작성된 불법 계약서. '탕튀기'와 알선 수수료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경실련 설명자료

"과적·과속 강요에 사고 속출"

건설업체들의 공사비 쥐어짜기에 노동 조건도 위협받고 있다. 신기철 건설노조 충남지역 건설기계지부장은 "원청 사무실 앞에 폭력배를 대동하고 운반도급을 주는 알선업자들이 작업량을 채우기 위해 과적과 과속을 강요해 길이 내려앉은 등 사고가 난 적이 많다"며 "하지만 대통령의 치적사업 때문인지 몰라도 노동부의 지도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의 설계 당시 기준으로 덤프트럭의 평균 운전 속도는 시속 20~25킬로미터지만 실제로는 시속 45~6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지부장은 "덤프트럭이 10미터 간격으로 달리다가 앞 차가 정차하면서 연쇄 추돌사고가 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 4대강 사업 현장의 포클레인 사진. 점선친 부분이 한 번에 흙을 더 많이 파내기 위해 불법 개조한 흔적이다. ⓒ경실련 설명자료

여기에 한 번 운행으로 최대한 효율을 얻기 위해 불법 개조와 과적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낙동강 공구에서 운행 중 도로가 꺼지는 사고가 났던 한 덤프트럭의 무게를 기록한 계근표를 보면 5개의 표 모두 허용 중량인 40톤보다 무거운 46~50톤이었다.

송찬흡 지부장은 "덤프트럭 보험료만 한해 700만 원씩 들어가는 형편인데 4대강 사업에 동원되는 트럭들은 과적으로 인해 손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덤프트럭 노동자들은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아예 덤프트럭이 주저앉아 못쓰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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