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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노동자 복직에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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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노동자 복직에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

'실질적 사용자'인 학교는 끝까지 외면할까?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싸움이 또 한 번 결실을 봤다. 홍익대학교 청소‧경비‧시설 노동자들이 49일 간의 본관 점거 농성 끝에 20일 전원 고용승계 및 임금인상 합의안을 이끌어낸 것. 하지만 실질적인 사용자인 학교가 책임지고 나서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간접고용 문제가 개별 사업장 단위로는 원천적인 해결이 불가능 하다는 점에서 남은 숙제도 많다.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목을 받은 건 지난해 말부터다. 청소 노동자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주 5일에 40시간을 일하는 형태이지만 실제로는 휴식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고, 주말에도 나와 1주일에 50시간 이상 일해 왔다. 시간외 수당을 계산하면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한 달에 112만5000원의 임금을 받아야하지만 실제 임금은 월 81만5000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한 달 식대로 단 9000원만을 받는 사정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에 홍익대 노동자들은 지난해 말 노동조합을 결성해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들이 소속된 용역업체와의 계약 만료를 이유로 새해 벽두에 170여 명을 일거에 전원 해고했다. 결국 청소노동자들은 1월 3일 총장실 항의방문을 시작으로 본관 1층에서 기약없는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총학생회가 이들이(홍익대 분회) 소속된 민주노총을 '외부세력'이라 규정하고 공격에 나서면서 오히려 여론이 주목하게 된 계기를 만들었다. 배우 김여진 씨와 트위터 이용자들이 신문광고를 내는 등 홍대 노동자 돕기에 나섰고, 홍대 졸업생들과 시민들이 농성장을 찾아 지지를 보냈다.

농성하는 노동자들은 고용승계와 처우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최저입찰제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했다. 결국 해결을 본 건 노조와 새 용역업체의 합의를 통해서다. 용역업체는 학교 측과 2011년 법정최저임금인 시급4320원에 계약을 맺었지만 노동자들에겐 4450원을 보장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 경비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의 80% 수주인 3560원을 받는다. '9000원' 식대도 5만 원으로 올렸고, 명절에도 상여금 5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노조활동도 보장받아 2명의 상근자를 두기로 했다.

▲ 홍익대 미술학과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홍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 입구에 걸었던 걸개 그림. ⓒ프레시안(김봉규)

'원청' 문제 해결은 아직 묘연

문제는 끝까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한 학교와의 관계다.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대화를 거부하면서 임금 상승분은 용역업체가 고스란히 감당하게 됐다. 노조 측도 애초의 요구였던 생활임금 '시급 5180원'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임금 문제 이외에도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공간, 노조 사무실 개설 등의 사안도 사실상 학교 측의 수용이 없으면 용역업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용역업체는 학교 측에 합의문을 바탕으로 공간 문제를 건의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학교의 태도로 비추어 봤을 때 순순히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공공노조 서경지부도 합의안이 타결된 후 보도자료를 통해 "홍익대 분회가 현장복귀를 선언했지만 투쟁이 끝난 건 아니다"라며 "용역업체의 원청인 홍익대와의 투쟁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확인하는 법적 싸움을 이어나가겠다는 말이다.

간접고용 노동자 중 청소 노동자 비중이 4번째로 높은 현실에서 개별 사업장 단위로 문제 해결을 접근하는 방식 역시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현재 연세대‧고려대‧이회연대 노조를 묶어 추진하는 집단교섭에 홍익대 분회도 연대시키기로 했다. 지부 관계자는 "앞으로의 활동은 개별 사업장을 넘어 집단 교섭의 형태로 가야할 것"이라며 "봄부터 진행될 집단교섭 요구에 학교가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또 한 번 파업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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