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일제히 오르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린 데 따른 효과다. 이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이런 부담은 전세 수요자 등 상대적 저소득층에게 더욱 위태롭다.
LG경제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개인(개인사업자와 비영리법인 등 포함)이 은행과 제2금융권에 지고 있는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978조 원에 이른다.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지난 14일 한은이 발표한 지난해 11월 자료) 역시 최근 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의 위험 수준 판단의 기준이 되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의 경우 143%로, 일본(135%), 독일(98%)은 물론 금융위기의 진앙이었던 미국(128%)보다 높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피할 수 없는 조치였다. 그러나 지금처럼 가계부채가 불어난 상태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이런 효과에 대해 회의를 품게 한다. 정부는 이른바 '1.13 전세대책'에서 전세 수요자마저 빚을 더 쉽게 질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내놨다. 성장률 목표치에 집착하는 정부는 '빚으로 경제에 불을 때는'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질주하는 양상이다.
대출금리, 줄줄이 인상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번 주초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연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1주일 전보다 0.12%포인트 인상한 연 4.32~5.64%로 고시했다. 두 달 전과 비교하면 0.2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주택대출 금리를 연 4.52~5.92%로 고시해 1주일 전보다 0.12%포인트, 두 달 전보다 0.26%포인트 높아졌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3영업일 평균 CD 금리를 대출 기준금리로 사용하고 있어 CD 금리에 변화가 없다면 이들 은행의 주택대출 금리는 오는 18일 0.06%포인트 추가 인상된다.
국민은행은 주택대출 금리를 연 4.73~6.03%로 지난주보다 0.18%포인트 인상해 1년 만에 최고 금리가 6%대에 진입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연 4.86~6.36%와 4.44~6.19%로 0.18%포인트씩 인상했다. 기업은행은 연 4.09~4.69%인 1년 만기 주택대출의 금리를 18일 인상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주초 고정금리형 주택대출의 금리도 연 5.21~6.23%로 지난주 초보다 0.24%포인트 인상하고 외환은행은 연 5.38~6.46%로 0.10%포인트 올린다.
CD 금리 등 시장금리의 상승 여파로 이번 주 발표될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대출의 금리 또한 인상이 예상된다.
신용대출의 경우 우리은행의 대출 금리가 이번주에 연 6.07~9.02%로 0.12%포인트 인상되면서 최고 금리가 9%를 넘어선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도 연 5.60~8.21%와 6.38~8.28%로 각각 0.10%포인트와 0.18%포인트 인상된다.
외환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의 최저 금리를 0.10%포인트 인상하는 등 대출 금리 인상이 기업대출로 확산되고 있다.
전셋값도 오르고, 전세 대출 금리도 오르고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일제히 오른다. 전세 수요자들은 최근 전셋값 인상과 더불어 이중고를 겪게 됐다.
국민은행의 6개월 변동금리형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지난 14일 기준 연 5.09∼6.39%에서 이번 주 5.19∼6.49%로 0.10%포인트 인상된다.
우리은행의 우리전세론 금리는 이번 주초에 연 5.12~5.84%로 지난 13일보다 0.12%포인트 오른다. 신한은행의 신한전세보증대출 금리도 연 5.22~6.72%로 0.12%포인트 인상된다.
이런 상황은 최근 1년 사이 은행권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이 급증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위태롭게 보인다.
국민은행의 경우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2009년 말 5천677억원에서 작년 말 8566억 원으로 2889억 원 늘었다.
신한은행도 이 기간 1379억 원에서 4114억 원으로 2735억 원 급증했다. 우리은행은 3082억원에서 6583억 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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