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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싸울 때 어른들은 뭘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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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싸울 때 어른들은 뭘 했나요?"

[토론회] 싸우는 20대, 우린 어디로 가는가?

홍익대학교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 170여 명의 해고를 둘러싸고 다시 '20대 담론'이 떠오르고 있다. 홍익대 노동자들의 점거 투쟁 때문에 취업에 불이익이 갈까 걱정하는 학생과 "외부세력은 나가달라"던 홍익대 총학생회를 두고 특히 말이 많다. 홍익대학교 동문들은 일부 후배를 질책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싸잡아 '요즘 것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20대가 살아가는 방식이 너무나 다양하다. 이른바 '386세대'가 모두 투쟁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지 않았듯, 20대 젊은이들 역시 모두 투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젊은이들이 있다.

마침 홍익대학교 근처에서 "싸우는 20대, 우린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의미심장한 토론회가 열렸다. '어른들이 외면하는 동안' 각자의 현장에서 묵묵히 싸워온, 혹은 싸울 수 없었던 20대들이 참여한 자리다.

이날 토론회에는 즐겁게 싸우는 청년, 싸우다 학교에서 잘린 대학생, 안 싸운 대학생, 비정규직 노동자 등 '도저히 묶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나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이 자리에서 한 대학생은 "20대에 대한 '일반화'는 주변부에 대한 말소다. 우리를 묶지 말아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 11일, 홍대 앞 두리반에서 "싸우는 20대, 우린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해 타워크레인에 오른 중앙대 퇴학생

중앙대학교 학생이었다가 지금은 학교에서 퇴학당한 노영수 씨는 '30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풀어놓았다.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하면서 학과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그 발단이 됐다. '대학의 기업화'는 20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된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중앙대학교의 학과 통폐합에 반발해 싸운 노 씨는 "처음 두산그룹이 학교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학교 시설이 좋아질 줄만 알았지 별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총장 선출 방식이 선거제에서 이사장 지명제로 바뀌었을 때도, 학교가 인문계열 학생에게도 회계학 수업을 듣게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 중앙대학교 퇴학생 노영수 씨 ⓒ프레시안(김윤나영)
노 씨는 '진보 인사'로 알려진 진중권 교수가 중앙대에서 해임됐던 반면,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아무런 절차적 정당성 없이" 중앙대 교수로 위촉되는 모습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 중앙대학교는 기초학문을 축소‧폐지하고, 경쟁력 없는 학과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노 씨를 비롯한 중앙대 학생들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 씨와 통폐합 대상 학과 학생들은 학교 본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결국 노 씨는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학교는 그런 그에게 250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학교가 학생들의 저항 활동을 돈으로 옥죄려 한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노 씨는 삭발 시위 끝에 손해배상 청구를 무마할 수 있었지만 결국 퇴학 처분을 받았다. 그는 "봄 농활 갔다 돌아오니 '너 퇴학'이라고 문자가 왔더라고요"라고 너스레를 떨어 청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여름에 시골 산길, 정적이 흐르던 들길을 삼보일배하면서 투지를 불태웠는데, 두산중공업 앞에서 마무리 기자회견을 하다가 또 고발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주에 퇴학처분무효확인소송 1심 공판이 나온다"며 "결과가 좋으면 올봄부터 다시 학교 다니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하지만 "학교가 결코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법원에서 판결을 때려봤자, 학교가 퇴학 대신에 무기정학으로 징계 수위를 낮춰도 복학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노 씨는 "중앙대학교가 사법부의 판결마저 무시하고 대기업의 근성으로 끝내 학생들을 상식 이하의 방법으로 내몬다면, 커다란 투쟁으로 잘못된 부분을 극복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한예종 사태 겪으며 학생 자치 분위기 살아났지만…"

중앙대 사태가 '자본'에 의한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해서 벌어졌다면,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의 투쟁은 '정치적 외압' 때문에 빚어졌다.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김주현 씨는 "황지우 총장의 사퇴를 계기로 학생들 사이에서 자기 속한 학과가 없어진다는 위기감이 퍼져나갔다"고 운을 뗐다.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주현 씨 ⓒ프레시안(김윤나영)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비상대책회의에는 짧은 홍보기간에 500명이 모였다.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12시간 동안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학교 곳곳에는 대자보, 학생들의 창작물 도배되다시피 했고, 자발적인 퍼포먼스도 일어났다. 문화부 앞에서 3명씩 일인 시위 진행하기도 했다.

김 씨는 "처음 한예종에 입학했을 때는 '예술학교'라는 기대와는 달리 학교 안이 조용했다"며 "동아리나 학회 등 학생 자치모임도 적은 데다, 학생들의 작업을 공유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는 실망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예종 사태가 빚어지자 학생들이 달라졌다. 학생들의 발랄한 '끼'가 학교 곳곳에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학생 자치를 요구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김 씨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감화를 많이 받았다"며 "학생 자치 분위기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 의식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의 자발적인 동력이 줄었다. 초기에는 학교 존폐 위기감이 팽배했지만, 지날수록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학생들에게는 총장 선거에서 투표권 없고, 학생들이 학교에 공청회나 토론회를 요청해도 무시 받기 일쑤였다"고 전했다.

"놀고 먹고 노래하고 시 쓰는" 청년들의 자율공동체, 두리반

▲ 자립음악생산자 모임의 구성원이자 두리반 기획자인 단편선 씨 ⓒ프레시안(김윤나영)
한예종 학생들 말고도 음악하고 예술하는 20대는 또 있다. '작은 용산'이라고 불리는 칼국숫집 두리반은 '청년들의 즐거운 투쟁 공동체'로 자리매김한 사례다. 두리반의 주인인 소설가 유채림 씨는 "용산은 386세대가 막은 공간이라면 두리반은 20대 청년들이 막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용산이 열사로 짓눌려 즐거움을 표현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면, 두리반은 참사와는 무관해서 뭘 해도 즐거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두리반과 함께하는 20대 대부분은 음악, 시, 산문을 한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따로, 또 같이 각자의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의 구성원이자 두리반 기획자인 단편선 씨는 "내년에도 열심히 노래하고 술 마시겠습니다"라는 말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이어 그의 두리반 자랑이 시작됐다. 두리반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생활 공동체'라는 것이다. 단편선 씨는 "두리반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반말을 하고 식구처럼 지낸다"며 "우리는 재미있게 놀면서 정치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방법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투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두리반이 이길 때까지 버텨나갈 것"이라며 "농성의 공간이자 삶의 공간"인 두리반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20대가 다 대학생인가?…싸우는 비정규직이 있다"

20대들이 모두 대학생인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사내하청에서 일했던 우상수 씨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중에는 20대가 많다"며 운을 뗐다. 20대 문제와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따로 떼어볼 수 없는 이유다.

▲ 현대자동차 해직 노동자 우상수 씨 ⓒ프레시안(김윤나영)
우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동운동이 뭔지도 몰랐다"는 평범한 노동자였다. 그는 군대에서 전역한 직후인 24살에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내가 하는 일이 비정규직인지도 몰랐다"던 그는 7년째 일하던 어느 날 갑자기 해고를 통보받았다. 우 씨는 "해고당하고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이라는 판정을 받고 나서 깨었다"면서도 "처음엔 우리도 이렇게 엄청난 파업을 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다. "나도 사람이니까!" 우 씨는 "사람은 일회용품이 아니다"라며 "7년간 일했던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나가라고 하면 그만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비정규직은 나가라면 언제든 나가야 하는 인생"이라며 "더러운 하청인생을 끊어보고자 파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 씨는 "내 자식들에게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하청의 비굴한 인생을 벗겨주고 싶다"며 "여기 계신 20대 여러분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대학생들은 비정규직 문제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면 양질의 일자리는 거의 없다"며 "3개월, 6개월마다 한 번씩 다시 계약을 체결하거나 나가야 하는" 비정규직의 설움을 말했다.

20대 청년들에게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사회에 나가면 비정규직으로 밖에 살 수 없는 현실에서, 함께 거지 같은 하청인생 마무리 짓는 투쟁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저 살아낼 따름인데'그냥 20대'도 힘들다"

자신을 "대충 사는 그냥 20대"라고 소개한 정혜교 씨는 "너희는 왜 투쟁하지 않는가"라는 질타에 상처받은 20대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범주화된 20대 중에 어떤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는다"며 "(굳이 따지자면) 정치적 입장은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중간 정도에 있고, 지난 대선 때 사표 만들기 싫어서 정동영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역사학과 학생이다. "명문대와 지잡대(지방 잡 대학의 줄임말) 사이에 어중간한 포지션"인 그는 "군대 전역한 게 뿌듯하고, 인문대 출신이 취직이 잘 안 된다는 말에 애인과 2~3주에 한 번씩 로또를 산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 자신을 "명문대와 지잡대 사이의 어중간한 포지션"이라고 소개한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학생 정혜교 씨 ⓒ프레시안(김윤나영)
정 씨는 "쉽사리 길거리로 뛰쳐나갈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부모님 한 분은 공사장에서 일하고, 다른 한 분은 식당에서 그릇을 닦으며 근근이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 사람들과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도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경제적인 여유는 행복의 최소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의 애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간호학 과 학생인 애인은 학교에서 온갖 억압적인 일을 당하지만 견뎌야 한다. 선배가 후배를 밤에 집합시키기는 예사고, 교수들에게 '명품'을 사다 바쳐야 한다. 하지만 선배‧교수와의 끈을 놓지 않아야 인생이 보장되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 그는 "내 애인은 고등학교 때처럼 야간자습을 한다"며 "시험 때마다 수백 쪽짜리 책을 외워서 괄호 넣기 시험을 봐야하기 때문에 정치를 논할 시간적 여건이 없다. 인생 아웃이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 씨는 "내 주위에 20대들은 어떻게라도 살아야 한다고 이를 악물고 버틴다"며 진보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진보는 진보 아닌 사람들이 왜 그런 포지션에 있을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진보의 언어가 어떤 사람에게는 배제와 선입견,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의 저자 엄기호 씨는 "어른들은 20대에게 '우린 열심히 도와줄 테니 당사자인 너희가 열심히 싸워야 한다'고 책임을 회피해 간다"며 '당사자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만 싸움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빈곤이나 비정규직 문제는 20대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하며 "반당사자주의를 통한 연대"를 제안했다.

이러한 연대를 위해서는 "정체성이 아니라 물리적인 장소를 향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엄 씨는 "두리반이나 용산, 중앙대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내 몸 하나 누일 수 있고 떠들 수 있는 동아리방, 학생회실"이라며 "정체성을 넘어서야만 장소에 있는 다른 사람과 연대하고 이들과 연합해 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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