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을 둘러싼 채권단과 현대그룹의 갈등 속에서 법원이 4일 채권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 대신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4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채권단(주주협의회)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양해각서(MOU)를 해지한 것을 무효로 하거나 현대차그룹에 현대건설 주식을 매각하는 절차를 금지할 긴급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법원에 '양해각서(MOU) 효력 유지 및 현대차 우선협상대상자 지정·본계약 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채권단은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는 안건을 이날 주주협의회에 상정하고 오는 7일까지 각 채권금융기관의 입장을 받기로 했다. 이 안건은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으면 통과된다. 그런데 외환은행(25%), 정책금융공사(22.5%), 우리은행(21.4%)이 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이변이 없는한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안건이 가결되면 채권단은 현대차그룹과 MOU를 맺고 실사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물러난다면 현대그룹이 낸 이행보증금 2750억 원을 돌려주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제시한 '중재안'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중재안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8.30%)을 시장이나 연기금 등 제3자에게 분산 매각하도록 해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경영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채권단이 나서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재안 역시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그룹은 최근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현대상선 지분을 45% 선까지 늘려 현대상선 경영권 위협을 줄인 상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지난 3일 시무식에서 "최종 인수 완료까지는 많은 난관이 놓여 있으나, 우리가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모든 역량을 결집한다면 현대건설은 반드시 우리 품으로 오게 될 것"이라며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앞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현대건설 매각을 장기간 표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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