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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치킨'과 '이마트 피자', 싸다고 웃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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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치킨'과 '이마트 피자', 싸다고 웃을 수 없는 이유"

경제개혁연대 "골목 영세상인 무너지면 취업자 30% 무너져"

롯데마트가 오는 16일부터 5000원짜리 '통큰 치킨'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누리꾼들의 의견은 '소비자의 선택권'과 '영세상인의 생존권'으로 갈라져 찬반이 팽팽히 맞선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주장하는 이들은 "치킨 가격을 두고 정치권까지 개입하려 한다"며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고 외친다.

이런 논란 속에서 대기업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왔던 시민단체가 논평을 냈다. '대형마트가 영세업체를 고사시키는 문제를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15일 논평을 내고 "통큰 치킨과 이마트 피자 판매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며 대기업을 감시하고 영세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골목 영세상인 무너지면 취업자 30% 무너지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먼저 영세상인 문제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는 "대형마트가 피자와 치킨을 싸게 팔아 영세 상인들에 타격을 주어도 소비자에게 이익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시각"이라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통큰 치킨'뿐 아니라 이마트가 판매하는 피자까지 아우르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특수성' 때문에 영세 상인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경제개혁연대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총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며 "피자와 치킨을 싸게 팔면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효과보다는 골목의 영세 상인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OECD국가 평균의 2배인 30%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은 은퇴 후 퇴직금을 전부 털어 소규모 점포를 차리는 경우가 많다. 이마저 대형마트에 밀리면 주로 40~50대인 이들은 할 일이 없다. 높은 실업률이 낳는 경제적 악영향은 분명하다.

"대기업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일부 업종 양보해야"

경제개혁연대는 "영세업자의 가혹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대형유통업체의 부당 덤핑 여부와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의 담합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촉구했다.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할 업종을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ㆍ중소기업 대표와 전문가 25명으로 구성돼 지난 13일 발족한 단체로, 정부가 추진한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대·중소기업 상생이라는 취지에 맞게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이 영세 자영업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집단교섭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대책도 나왔다. 현행법상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정해준 거래 가격에 단체로 '이의'만 제기할 수 있는 상태다. 여기에서 더해 중소기업 조합과 자영업자가 대기업과 거래조건을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격담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BBQ, 교촌치킨 등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 5곳의 가격이 1만5000원 선으로 비슷하게 책정돼 담합이 의심된다는 국정감사 지적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피자, 모회사 이윤 빼앗았다"

재벌 계열 유통업체가 영세 자영업자의 영역을 침범한 사례는 '통큰 치킨'만이 아니다. 롯데마트는 비난 여론에 못 이겨 16일부터 치킨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이마트는 여전히 피자를 팔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 치킨과 이마트 피자는 다른 문제"라며 "이마트 피자에 대해 피자업계 종사자가 직접 항의한 적이 없어 판매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마트 피자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회사기회유용' 문제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있는 한 이마트의 피자 판매를 규제할 필요 역시 분명하다. 회사기회유용이란 '회사를 장악한 지배주주가 회사에 이익이 되는 사업기회를 봉쇄하고 자신이 대신 해당 사업을 수행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현재 신세계 이마트 피자를 운영하는 업체는 조선호텔베이커리다. 5년 전 신세계 측은 조선호텔 사업에서 베이커리 부분만 따로 떼어내 '조선호텔베이커리'를 만들었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조선호텔베이커리 지분 40%를 사들여 2대주주가 됐고,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이마트에 피자를 팔았다. 조선호텔 입장에서는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베이커리 사업을 빼앗긴 것이다.

재벌 가문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마트 피자 사업'이 애꿎은 영세상인뿐만 아니라 조선호텔에까지 손해를 끼친 셈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조선호텔의 모회사인 신세계가 조선호텔 주주들의 부를 훔치지 못하게 하려면 상법을 개정해 회사기회유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법개정안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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