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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 중대 고비…지부 총파업 찬반투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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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 중대 고비…지부 총파업 찬반투표 돌입

'농성 해제' 놓고 끝내 입장차 못 좁혀

24일째를 맞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파업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농성 해제'를 둘러싸고 비정규직 노조와 정규직 노조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정규직 노동자의 연대 파업에 대한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때를 맞춰 사측은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경찰이 공권력 투입을 언급하는 등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 정규직 지부는 8일 새벽 조합원 총회를 열어 비정규직 파업 지원을 위한 총파업 여부를 묻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이날부터 이틀 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비정규직 지회와의 연대 여부를 가름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 온 셈이다. 이전까지 지부는 사측과 교섭에 들어간다면 예고된 조합원 총회를 연기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투표의 파급효과가 큰 만큼 그 이전에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지부와 지회는 교섭안을 놓고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핵심은 '농성 해제'다. 현대차 측은 어떤 형태의 협상이든 농성 해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지부 역시 불법 파견 싸움은 장기적인 사안이라며 파업 자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중재에 치우쳤다. 반면 비정규직 지회는 파업의 핵심이 7월 대법원의 불법 파견 판정에 따른 정규직화 요구이므로 이에 대한 사측과의 구체적인 성과 없이는 농성을 풀지 못한다며 물러나지 않았다.

ⓒ프레시안(자료)

야당 의원 중재안도 지부-지회 입장차 못 좁혀

이러한 시각차는 그 동안 금속노조와 정규직 지부, 비정규직 지회가 교섭 중재안을 확정짓지 못한 채 삐걱거리게 된 원인이 됐다. 정규직 지부는 6일 확대운영위원회 간담회 결과 8일 이전 교섭 창구가 개설되면 총회 소집을 연기하고 비정규직 지회가 농성장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정규직 지회는 즉각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7일에는 야4당 의원 등으로 이루어진 교섭지원단이 중재에 나섰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국민참여당 김영대 최고위원 등은 이날 사측과 노조를 차례로 만나 교섭 중재를 모색했다.

교섭지원단이 도출한 중재안은 △현대차 측이 노조 측에서 내놓은 4가지 교섭 요구안을 전향적인 입장에서 협의 △사측과 하청업체, 정규직 지부 및 비정규직 지회, 금속노조 등 5개 주체가 교섭에 참여 △지도부 신분 보장 및 고소‧고발‧손해배상 취소는 구두 약속할 수 없지만 관례상 전향적 해결의 의지 확인 △불법파견교섭에 대책을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을 약속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지부 측도 사측이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이날 오전 교섭과 농성장 해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의 내용으로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중재안도 사측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신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지회는 이날 밤 쟁의대책위원회 결과 △교섭을 전제로 1공장 농성을 먼저 해제하지 않음 △교섭결과에 따라 조합원 의견을 물어 농성 해제를 결정 △합의후 3주체(금속노조, 정규직 지부, 비정규직 지회)가 공동투쟁본부 등 특별기구 구성한다는 내용을 교섭에 관련된 입장으로 정리했다. 결국 중재안 역시 농성 해제를 전제로 놓고 있다고 해석한 셈이다.

지회에도 농성 해제를 거부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06년에 벌어졌던 사내하청 파업 당시 공장 점거까지 이르지 못하고 정규직 노조의 중재로 사측과 교섭 창구를 열었지만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또한 중재안에 대해서도 지난 10월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분신했던 KEC 파업 당시 야당 의원들의 중재로 농성을 풀었지만 이후 지도부가 줄줄이 구속된 사례가 있어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쟁대위 관계자는 "농성 해제에 관련된 사안은 결국 파업의 주체인 비정규직 지회가 결정할 문제"라며 "교섭지원단의 중재안은 어떤 보장이나 담보도 전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선 농성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지회도 8일 "정규직 지부와 야당 의원들의 노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지회의 요구사항에 대한 사측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차, 사상 최대 손해배상 청구

결국 지부가 총파업 찬반투표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만큼, 향후 투표 결과에 따라 파업 사태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가 이미 총파업을 결의한 상태에서 지부 차원의 총파업을 부결시킨다면 연대 파업의 동력은 크게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부결된다고 해서 당장 농성장 지원을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지부의 지원 없이는 파업을 유지하기 힘든 비정규직 지회에 농성 해제에 대한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총파업이 가결된다 해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서 차이'가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쟁의행위 이후 사측이 휴업조치를 내리면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규직 조합원의 가족이나 친척이 비정규직으로 있는 사례도 많아서 예전과 다른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지부와 지회가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사측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농성장 단전‧단수 조치가 이어졌고 8일에는 농성자 323명에 대해 30억 원의 손해배상을 추가로 청구했다. 지난달 15일 이후 162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액은 쟁의관련 사상 최대 액수다. 경찰 역시 지부와 지회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농성장 현장 답사를 통한 집입 계획을 짜는 등 공권력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농성장에 남아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며칠째 하루에 김밥 한 줄로 버티면서 농성을 이어 가는 중이다. 파업 초기 550여 명에 달하던 인원도 현대 100여 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쟁대위 관계자는 "가족이 병에 걸리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모두가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전주 비정규직 지회는 트럭2공장에서 부분파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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