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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법 위에 현대차가 있는 걸까요?"

현대차 본사 앞 1인 시위, 인도에 발도 못 붙여

"아니, 인도로 그냥 지나가겠다는 건데 왜 가로막는 거예요?"
"…"


같은 대화가 반복됐다. 한 쪽은 항의하고 한 쪽은 묵묵부답이다. 8일 정오 서울에 짙은 눈발이 날릴 무렵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인도는 사측에서 나온 용역 직원 100여 명으로 채워져 있었다. 도로 대각선 방향 맞은편에는 울산에서 올라온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이 보였다.

지난 7월부터 현대차 본사 앞에서는 같은 풍경이 반복됐다. '기아자동차 서산공장'이라 불리는 하청업체 동희오토 해고자들이 100여 일 동안 노숙농성을 했을 때도 사측은 맞불 집회신고로 장소를 선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을 알리기 위해 지난달 30일 상경한 조합원들도 근처에 농성장을 꾸리지 못했다.

그래서 '꾀'를 낸 게 1인 시위였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이 있는 한남동과 서울 도심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대차 본사 앞에서 유독 시위가 힘들다. 신고된 집회 시간에 맞춰 나온 직원들이 아예 인도를 막고 행인들을 선별해 통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1인 시위는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신고 대상이 아니라서 아예 본사 근처 접근을 막으려는 발상이다.

▲ 건설노조 박대규 부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려 하자 집회 신고를 낸 사측 용역 직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이날은 '간접고용 철폐 공동행동'에 참여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가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박대규 건설노조 부위원장이 피켓을 들었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용역 직원들이 몸으로 막아섰다. 아예 인도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차도라 위험하니 인도로 올라가겠다고 했지만 대답이 없다.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다 오히려 차도 한복판까지 밀려났다. 우회전을 하던 차량들이 멈칫거렸다.

사측 직원들은 다른 행인들에게 길을 터주고 다시 막길 반복했다. 참다못해 박대규 부위원장과 이수종 연대회의 의장이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금세 순찰차량 2대가 도착했지만 도착한 경찰들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 관할인 서초경찰서에 전달해 판단을 물어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박 위원장이 "아무리 집회신고를 했어도 인도를 막고 사람을 못지나가게 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항의하자 경찰은 "사측에서도 집회 신고가 되어 있고, 아무래도 같은 장소에 다른 성격의 집단이 있으면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같이 집회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한쪽에서 피켓만 들고 서 있는 것도 안되냐"고 하자 다시 "서초경찰서 측에 전달해서 조치하도록 하겠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30분이 지나도록 경찰서 측의 연락은 없었다.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다른 경찰과 한창 얘기를 나누던 윤애림 교육선전팀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카메라도 없고 피켓도 없으니 인도로 들여보내달라고 하니 안 된다고 하데요. 그래서 조치 좀 해달라고 했더니 경찰이 용역 직원들에게 길을 열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직원들이 '회사 상부에서 허가가 와야 열어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안 하고요. 정말 법 위에 현대차가 있는 걸까요?"

용역 직원들이 "집시법을 준수하라, 불법집회 웬말이냐"를 반복해 외치는 동안 순찰차량은 사라지고 피켓을 든 이들은 횡단보도 건너편에 서서 눈발을 맞았다. 하지만 이들의 1인 시위가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을 듯하다. 매일 오전 출근 선전전과 1인 시위를 벌이고 저녁에는 촛불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10일에는 이들을 지원하는 법률단과 인권단체 회원들이 현대차의 '인도 점거' 현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릴레이 시위에 동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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