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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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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이

[한윤수의 '오랑캐꽃']

인간의 얼굴 표정은 어느 정도 거리에서 식별이 가능할까?
인류학자들이 파푸아 뉴기니의 원시 부족을 상대로 실험을 해보았다.
그 결과 웃는 표정은 7, 80 미터 거리에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7, 80 미터는 중요한 시사를 던진다.
창이나 돌을 던질 수 있는 거리니까.

벌판에서 낯선 인간끼리 마주쳤다고 가정해보자.
적의가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판단할까?
웃는 얼굴이다.
웃으면 적의가 없는 거다.

원시인들은 상대방이 창을 던지지 않게끔 7, 80 미터 전부터 웃었다.
옛날엔 웃어야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런지 너무 안 웃는다.

KBS '인간극장'의 한 장면.
딸이 아빠에게 옷을 선물했다.
아내가 물었다.
"딸이 사다주니 좋아?"
"응. 좋아."
"그럼 웃어야지?"
"웃었잖아!"
하는데 보니 눈을 약간 찡그리기만 했을 뿐, 전혀 웃는 것 같은 얼굴이 아니다.

한국사람 특히 남자는 웃어도 웃는 것 같지가 않다.
왜 그럴까?
평소에 웃어보지를 않아서 웃는 근육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어야 비로소 웃는 것 같다.

그러면 외국인은 어떤가?
잘 웃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들은 주눅이 들어서 그런지, 사무실에 들어올 때도 겁먹은 얼굴로 쭈볏쭈볏 들어온다.
이럴 때 한국 사람이
"어서 오세요!"
하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어주면 굉장히 좋아한다.

물론 *그 나라 말로 인사해주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어 태국인에게 "싸왓디 캅"하면 얼굴이 활짝 펴지고,
베트남인에게 "신짜오"하면 입이 쩍 벌어진다.

*그 나라 말로 인사 : 참고로 우리나라에 노동자를 보내는 나라의 인사말은 다음과 같다.

태국 : 싸왓디 캅(여성에게는 싸왓디 카)
베트남 : 신짜오
필리핀 : How are you
인도네시아 : 아파까바르
스리랑카 : 아유보안
캄보디아 : 수스레이
몽골 : 센베노
중국 : 니하오
러시아 : 즈트라스부이찌
네팔 : 나마스떼
미얀마 : 민글리바
키르키즈스탄 : 살로맛 스즈브이
방글라데시 : 아쌀람 말레이꿈
한국 :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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