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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합의, 일관성도 철학도 없다"

[이정전 칼럼] "자유무역과 환경 보호의 모순"

비록 서울 G20 정상회의가 알맹이 있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의 합의에는 실패하였다고 하지만, 앞으로 세계정세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합의사항을 이끌어냈다.

그 중의 하나가 보호무역의 철폐다. G20 정상회의는 자유무역을 위한 도하개발아젠다(DDA) 타결의 추진에 합의하였다. 이 정상회의 직전에 열렸던 세르파 회의에서도 자유무역을 촉구하는 결의가 있었다. 주요 20개국의 CEO들이 모인 이 G20 비즈니스 서밋은 보호무역 장벽의 철폐를 요구함과 동시에 녹색성장을 위해서 탄소세 및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의 도입을 촉구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였다.

▲ G20 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들. ⓒ뉴시스
그렇다면, 재계 유엔총회라고 불리는 이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은 자유무역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는데, 과연 이 두 가지가 공존가능한가?

환경보호론자는 자유무역의 이념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의 환경보전을 위해서는 환경을 지나치게 오염시키면서 만들어진 상품이나 환경의 파괴를 초래하는 상품 또는 희귀 동·식물의 멸종을 초래하는 상품의 교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교역금지조치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흔하던 호랑이가 빠른 속도로 멸종되어가는 중요한 이유는 호랑이의 뼈와 가죽의 시장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밀렵된 호랑이의 뼈는 중국, 대만, 한국 등 동쪽으로 팔려가고 가죽은 중동의 부호나 유럽 등 서쪽으로 팔려간다고 한다. 따라서 호랑이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호랑이를 이용한 상품의 국제교역을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보통사람들에게는 상당히 큰 설득력을 가진다.

이런 환경보호론자의 비난에 대하여 자유무역주의자는 "자유무역은 그 자체로서 초록이다"라는 말로 받아친다. 이들은 자유무역이 오히려 환경이나 자연자원을 보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WTO는 이런 주장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국제기구다. 환경파괴적 활동을 조장하는 보호주의 무역장벽을 헐고 국제무역을 증대시키는 것이 환경보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제각기 자기나라의 경제개발과 자기나라 상품의 수출촉진을 위해서 정부가 나서서 기업에게 보조금, 세금혜택, 기타 다양한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모두 자유무역의 원칙에 어긋나는 조치들이면서 또한 동시에 환경을 파괴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낙농제품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 브라질 정부는 산림을 농경지나 목장으로 개발하는 사업에 대하여 보조금을 지급하며, 낙농제품의 생산에 대해서도 보조금 및 세금혜택을 제공하고, 산림의 개간을 촉진하기 위해서 도로건설 및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에 힘을 기우려 왔는데,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아마존강 유역의 열대림의 훼손을 가속화시킨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비단 브라질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화석연료 에너지의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보조금이나 또는 세제금융상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화석연료 에너지가격이 저렴하면 화석연료를 많이 쓰게 될 것이고 그러면 화석연료의 연소로부터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양도 많아 질 것이니 이런 식의 정부의 개입은 결코 환경의 보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자유무역주의자들은 말한다.

비록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지만, 양쪽 주장 모두에 충분히 일리가 있다. 경제학 교과서는 자유무역이 환경보전에 기여할지 저해할지에 대하여 확실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의 확대는 환경을 많이 오염시키는 상품의 상대가격의 변동을 초래하는데, 이로 인한 효과가 클 경우에는 얘기가 아주 복잡해진다.

그러나 자유무역이 확대되면, 후진국의 환경오염 및 환경파괴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은 대체로 인정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후진국의 환경규제는 느슨하며 선진국에 비해서 환경오염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데, 자유무역이 확대되면 후진국에서 환경오염산업의 비중이 더욱 더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서울 G20 정상회의의 합의사항들 사이에는 일관성이 없어진다. G20정상회의에서 나온 또 하나의 중요한 합의사항은 저개발 국가를 앞으로 적극적으로 도와주자는 약속이다. 단순히 도와주자는 약속이 아니라 후진국의 경제적 자생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도와주자는 약속이다. 자유무역이 후진국의 환경오염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후진국의 환경을 더욱 더 악화시킨다면, 자유무역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후진국을 망칠 수도 있다.

다음 번 G20 정상회의는 프랑스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다. 서울G20 정상회의에서 풀지 못한 숙제가 프랑스로 넘어 갔다. 그런데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작년 9월 소르본느대학교 연설에서 국내총생산(GDP) 지표를 대신할 새로운 국민복지 지표의 개발을 역설하면서 정부 주도로 프랑스 국민의 행복지수를 조사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총리 취임 이전부터 국민의 행복을 국정 의제의 중심에 두겠다고 수차례 다짐하였다고 한다. 국민의 행복지수를 조사해서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발표가 얼마 전 영국 총리실에서 나왔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국가의 최우선 목표를 경제성장보다 국민의 행복에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면, 자유무역의 이념과 행복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자유무역 이념의 본 취지는 요컨대 국제무역의 확대가 당사국들의 상품시장을 넓힘으로써 서로에게 경제적 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상품이 많이 팔려야 생산이 늘어나고 국민소득의 수준이 높아진다. 자유무역의 이념은 소득수준의 향상이 국민의 행복을 증진한다는 고정관념을 은연중에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1인당 소득수준이 2만 불대를 넘어서면 그 다음부터는 단순한 소득수준의 향상만으로는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수많은 학자들이 통계적으로 밝혀냄에 따라 "행복의 역설"이라는 말이 이미 널리 퍼져 있다. GDP가 국민의 행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지표가 되고 있음을 사르코지대통령이나 케머런총리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결국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 자신의 행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마치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케머런총리가 국민의 행복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우리 시대의 중심적인 정치적 도전이라고 말했을까.

어떻든 그가 말하는 도전이 성공하여 앞으로 모든 나라가 명시적으로 국민의 행복을 국정의 최고 목표로 삼는 시대가 온다면 자유무역의 이념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되고 만다. 도대체 왜 자유무역을 확대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게 된다.

결국, 지난 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일관성 없는 가이드라인들에 대하여 합의한 셈이다. 다음 번 G20 정상회의는 행복의 역설을 수용하고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유념하면서 일관성 있고 철학이 담긴 합의사항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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