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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너마저 나이 먹어버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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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너마저 나이 먹어버리는구나

[화제의 음반] 제임스 블런트, 브로콜리 너마저의 신보

제임스 블런트 [섬 카인드 오브 트러블]

▲제임스 블런트 [Some Kind Of Trouble] ⓒ워너뮤직
삼십 대 철없는 남자의 희망인 제임스 블런트가 3년 만에 세 번째 앨범 [섬 카인드 오브 트러블(Some Kind Of Trouble)]을 발매했다. 그는 군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마친 덕택(?)에 4년 간 군복무를 했고, 그 중 2년은 나토(NATO) 평화 유지군에 선발돼 코소보 내전에 참전했다.

국내에 그의 이름이 알려진 건 서른 넘어 발표한 데뷔앨범 수록곡인 <유 아 뷰티풀(You're Beautiful)>이 자동차 광고에 쓰이면서다. 차분한 연주를 타고 울리는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어, 100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기록으로 남겼다. 이십대에 군 의무 복무를 하고 이제 서른이 넘은 (기자를 포함한) 음악팬이라면 누구나 꿈 꿀법한 해피엔드다.

대체로 성인 취향의 안전한 포크팝을 추구한 그의 곡쓰기 실력은 [섬 카인드 오브 트러블]에서도 빛을 발한다. 전작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업비트 곡들이 대거 배치되면서 보다 편안한 감상이 가능해졌다는 점 정도다.

이런 작은 변화는 여러 명의 작곡가와 협업을 통해 이뤄졌다. 그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풀어놓던 전작에서 벗어나, 제임스 블런트는 맛깔나는 팝선율 제조자로 유명한 버드 앤드 더 비(The Bird & The Bee)의 그렉 커틴, 90년대 후반 모던록 시대의 대표주자였던 베터 댄 에즈라(Better Than Ezra)의 케빈 그리핀, 그리고 2집에서도 함께 작업했던 에그 화이트 등과 함께 보다 에너지 넘치는 곡들을 제조해냈다.

변화의 기운은 첫 싱글 <스테이 더 나이트(Stay The Night)>에서부터 확연히 느껴진다. 컨트리의 안정적인 선율을 가져오고, 귀에 바로 들어오는 코러스를 전면에 배치해 곧바로 듣는 이의 주의를 끄는데 성공했다. 마치 마이클 잭슨의 댄스음악과 같은 느낌의 도입으로 시작하는 <데인저러스(Dangerous)>는 차분한 선율의 변화가 인상적인 곡이다.

은유를 담지 않고 소박하게 이야기하는 특유의 가사쓰기는 여전하다. 너무나 직접적으로 연인에게 사랑을 호소하는(친구들 다 집에 갔으니 밤을 같이 보내자고 권유한다…) <스테이 더 나이트>, 맛깔나는 각운이 인상적인 <노 티어즈(No Tears)> 등 대부분 곡들이 언제 어디서나 잘 어울리는 배경음악이 되어 준다. 가장 인상적인 곡은 스타가 된 후 느끼는 혼란을 노래한 <슈퍼스타(Superstar)>다. 어느 샌가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미래"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렸고, 어머니는 "마지못해" 어머니로 남아버렸다. 진솔한 제임스 블런트 특유의 글쓰기가 가장 빛을 발한 곡이다.

앨범의 모든 수록곡은 편안하게 귀를 감싼다. 기실 이런 편안함과 안정성은 소위 '어덜트 컨템포러리'로 묶이는 성인취향 팝음악이 공통적으로 가진 미덕이자 '약점'이다. 그만큼 대중은 새로운 성취를 기대하지 않게 되고, 뮤지션은 자신도 모르게 대중의 노예가 되기 십상이다. 제임스 블런트의 세 번째 음반도 이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새 앨범의 차트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제법 궁금해진다. 상업적으로 어떤 한계를 본 후 자신도 잊고 있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뮤지션의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제임스 블런트는 전작에서 분명 그런 가능성을 보여줬다.

브로콜리 너마저 [졸업]

▲브로콜리 너마저 [졸업] ⓒ미러볼뮤직
브로콜리 너마저의 데뷔는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평론가와 뮤지션들에 의해 "실력 없다"고 폄하되던 그들의 소소한 음악은 '루저' 혹은 피착취자로 대변되던 20대의 정서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여섯 곡을 담은 그들의 미니앨범(EP) [앵콜요청 금지]는 홍대 인디신에서 감성적 음악을 찾아다니던 이들을 자극하며 신드롬을 낳았다.

<앵콜요청 금지>, <유자차> 등의 히트곡을 담은 데뷔앨범에서도 성공행진은 계속됐다. 이들은 홍대를 넘어 각종 음악페스티벌의 큰 무대를 빠른 속도로 올랐고, <라라라> 등 티브이 음악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리더인 윤덕원(보컬, 베이스)은 그 와중에도 붕가붕가레코드 핵심멤버들과 '술탄 오브 더 디스코'로 꾸준히 다른 무대를 오르면서 홍대 인디신의 새 물결을 대표하는 얼굴로까지 떠올랐다.

이들의 성공에는 위로받고 싶어 하는 청춘세대를 달래주는 부드러운 가사와 귀를 자극하지 않는 편안한 멜로디의 결합이 있었다. 조곤조곤 속삭이는 듯한,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저 일상을 차분히 (때로는 익살스럽게) 담아내는 노랫말은 이들을 동 시대의 다양한 재능들과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새 앨범 [졸업]은 그래서 청자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밴드는 작지만 그냥 넘길 수 없을 만큼의 변화를 담아냈다. "청년들이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그렇게 버려진 세대들은 "짝짓기에나 몰두하는" 지금 사회를 두고 "미친 세상"이라고 직설하는 <졸업>은 한국방송(KBS)에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수줍어하던 그들은 이제 과거를 졸업하고 냉정해진 눈으로 세상을 보려한다.

가사뿐만 아니라 전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진 연주도 미처 변화에 준비하지 못한 이들에겐 당황스러운 존재다. 왜 이들이 갑자기 전작의 로-파이적 사운드를 벗어나려 했는지, 나아가 이런 변화가 반드시 '지금' 필요했는지 자꾸만 되묻게 만든다.

그렇기에 여전히 대부분의 곡들이 전작의 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졸업]을 마음 편히 받아들이기가 당황스럽다. <할머니>,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등 관습적인 곡들에서마저 지향성에 대한 의심마저 솟아오르는 이유는 결국 앨범 전반의 뒤켠에서 스며나오는 '예쁜 정서'와의 거리두기 때문이다. 곡들의 찰기는 여전하고, 심지어 <열두시 반>은 앨범의 포문을 열기에 이만한 곡이 없다 싶을 정도로 훌륭하지만 너무나 빨리 성숙해버린, 아니 조로해버린 이들의 변화에 더 신경이 쓰인다.

좋은 평가를 내릴 수도, 악평을 할 수도 없다. '보다 풍성해진 연주와 성숙한 노랫말'이라는 설명 또한 이 앨범을 정확히 설명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앨범에 담긴 이들의 모습은 변화의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아니었나 싶은 우려를 벗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십대의 싱그러움이 이토록 빨리 시들어버리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이게 정말 우리 시대 이십대의 '보편적' 현실이라면, 너무나 비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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