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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올 들어 최악 폭락 기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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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올 들어 최악 폭락 기록… 왜?

외국인 사상 최대 규모 '매도폭탄'…"토빈세 필요성 확인한 계기"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최대폭으로 급락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첫날인 1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53.12포인트) 폭락한 1914.73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마감 동시호가 시간 10분 동안에만 무려 50포인트 가까이 추락했다.

동시호가란 주문 순서와 관계없이 동일한 시간에 주문이 된 것으로 간주해 거래를 체결시키는 기법을 말한다. 코스피에서 동시호가 시간은 오전 8시부터 9시, 오후 2시50분부터 3시 사이다.

증시가 이처럼 큰 타격을 받은 이유는 코스피200지수옵션 만기일을 맞아 외국인이 대규모로 매물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날 장 내내 2000억 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던 외국인은 장 막판에만 한꺼번에 1조3392억 원의 매도 물량을 시장에 쏟아냈다. 이는 외국인 매매 집계가 시작된 지난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증권업계에서는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들어온 프로그램 매도 주문이 주요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도이치증권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1개 종목을 순매도했으며, 규모는 1조5000억 원선에 달했다. 하이닉스, 신한지주, 한국전력, KB금융, 외환은행 등 상당수의 대형주를 100만주 이상씩 순매도해 장 막판 시장을 붕괴시켰다. 도이치증권의 대량매도로 인해 이날 프로그램은 차익거래에서만 1조8000억 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프로그램은 차익과 비차익거래를 합해 총 9319억 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프로그램 매매란 미리 특정한 투자전략을 컴퓨터에 입력해 시장 상황에 따라 자동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매매시스템을 말한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란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가 발생할 때, 비싼 걸 팔고 싼 걸 사는 거래를 동시에 수행해 무위험수익을 내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지수선물 가격이 비싸고 코스피200지수는 낮다면 비싼 선물을 팔고 싼 현물(주식)을 사들여 이익을 낼 수 있다. 반면 비차익거래는 현물지수와 상관 없이 선물을 사고파는 거래다.

▲11일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사상 최대 순매도로 전날보다 53.12포인트(2.70%) 내린 1914.73을 기록했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증시 급락의 특별한 이유를 알기는 어렵지만 증권가는 우선 외국인의 환차익 기대감이 줄어든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원화가치가 급등해 당분간은 환차익을 거두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판단한 외국계 투자자금이 옵션만기일을 맞아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것 아니냐는 평가다.

외국계 투자자금이 대거 국내 증시를 사모으던 시기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였으나, 최근 원-달러 환율은 1100원선이 위협받을 정도로 하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30원 하락한 1107.90원을 기록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간 외국인들은 주가가 일정 정도 하락해도 환차익으로만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당분간 환율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우리라 예측한 외국계 자금이 옵션만기일을 맞아 시장에서 철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옵션만기일을 철수일로 정했을까. 위험헤지용 선물포지션도 청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기일은 선물과 현물 가격이 같아져 거래위험이 줄어든다.

통상 대형 자금들은 주가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반대포지션으로 선물을 매수한다. 즉 주식을 사고, 선물 매도포지션을 잡아 주가가 하락할 때도 선물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정한다. 이와 같은 위험헤지용 목적으로 설정한 외국인의 선물매도포지션 규모는 약 3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주식(현물)은 단순히 매도하면 되지만 선물은 반대포지션(청산)을 취해야만 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옵션에서 일정 포지션을 취해 선물의 기대수익곡선과 똑같은 형태를 가지는 합성선물 매도포지션을 잡아 매매를 청산한다. 이를 컨버전이라고 한다. 즉, 이날 도이치증권을 통해 거래하던 외국계 자금은 주식을 매도하고, 합성선물 매도포지션을 잡아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이라는 게 주요 시나리오다.

다른 시나리오로 음모론도 증권가에서 돌고 있다. 외국계 특정 투기세력이 주가변동률이 큰 옵션만기일을 맞아 시장을 교란, 대규모 이익을 거뒀으리라는 얘기다.

특히 이날 장막판 코스피200지수 풋옵션250 11월물이 최대 249배의 수익을 낸 점을 감안할 때, 도이치증권 창구로 들어온 외국계는 그간 풋옵션을 매수해 왔으며, 만기일을 맞아 현물을 대거 팔았으리라는 게 '음모론'의 골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 동안 꾸준히 현물을 매집해온 외국계 투기세력이 장막판 대규모로 현물을 팔아 지수를 끌어내려 풋옵션 행사로 대량의 이익을 냈을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계 대형자금에 의해 시장이 크게 흔들린 꼴"이라고 추정했다.

풋옵션은 코스피200 지수 등 특정자산의 가치를 미래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날 코스피지수 급락으로 코스피200지수도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풋옵션을 매수했다면 향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비싸게 되팔아 대규모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유 여하를 떠나 이날 주가움직임이 외국계 자금의 국내 자본시장 '엑소더스'를 의미하지는 않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최 연구위원은 "그 동안 쌓인 매수차익잔고가 오늘 매매로 상당폭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증시 주변환경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만큼 특정 외국계 자금의 이탈이 외국인의 국내시장 이탈을 의미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의 충격은 외환거래세(토빈세) 등의 국내시장 방어장치가 있었다면 지금보다 규모가 적었을 수 있다. 나아가 국내에서 대규모 수익을 거둔 외국계 자금에 단 한 푼의 과세도 못한 것 자체도 외환거래세 도입의 이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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