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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자동차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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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자동차가 아니야"

거리에 나선 이해영 교수, 그가 말하는 '한미FTA에 대한 오해와 진실'

FTA 전문가로 알려진 이해영 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가 강의실을 벗어나 거리 강연에 나섰다.

이 교수는 2007년 한미FTA 협상이 끝나자마자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미국이 그럴 리 없다"며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차단하기 위해 한국이 먼저 비준 동의를 통과시켜야한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 교수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미국은 3년 뒤 자동차 부문에서 추가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

이 교수는 9일 종로 보신각 앞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농성장에서 한미FTA에 대해 강연했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FTA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어본다. <편집자>


ⓒ프레시안(김윤나영)
오해1 : '쇠고기와 자동차를 바꿨다?'

항간에서는 쇠고기와 자동차를 바꿨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미국은 쇠고기와 자동차를 둘 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쇠고기는 당장 협상할 수 없으므로 아마 별도의 테이블에서 논의되고 나중에 재개될 것이다. 이번에는 주로 자동차를 중심으로 기왕에 합의했던 내용조차 훨씬 개악될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연비와 배출가스 등 환경기준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특혜 조치를 해줄 것이다. 자동차 안전기준은 미국 기준 정도로 완화될 것이다. 자동차 관세 환급도 미국이 요구한 그대로 한EU FTA에 준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미국의 요구가 외교부 청사에서 통과될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거의 접수되고 대신 우리 쪽에서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쇠고기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을까. 지난 9월 미국의 치즈 수출업자들이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나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한 적이 있다. 미국이 EU와 FTA를 체결하면서 각종 치즈 이름을 못 쓰도록 하는 '지리적 표시권' 조항에 합의해줬기 때문이다. 미국 쪽 소식통은 이 문제를 별도의 트랙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그런 방식으로 처리되지 않을까 싶다.

오해2 : '협정문만 고치지 않으면 괜찮다?'

외교부에서는 협정문을 고치지 않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다. 정부는 국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않으려고 여러 잔꾀를 부린다. 2년 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장관고시'를 내는 것도 그러한 잔꾀 중 하나였다. 자동차 연비는 법리적으로 한미FTA 당시에 없었던 문제다. 이는 장관 고시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관세 환급이나 안전기준, 배기가스 등 환경기준을 처리하려면 협정문을 고쳐야 한다. 그래서 나오는 또 다른 잔꾀가 협정문은 그대로 두고 계약서 외 추가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추가 협상이나 부속 협정 형태로 별도 협정문을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부속 협정을 체결하면 앞으로 요구 사항이 생길 때마다 사사건건 추가하면 된다는 점이다. 미국이 끊임없이 여러 가지 사안을 집어넣을 수 있게 된다. 우리로서는 매우 치명적인 선례를 남기는 셈이다. 협정문을 고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추가 지시사항이 끊임없이 붙을 것이다.

EU는 한미FTA 재협상이 어떻게 되는지 주시하겠다고 했다. 미국도 "한EU FTA에서 이만큼 해줬는데 왜 우리는 안 해주냐"고 해서 자동차 관세 환급을 받아 가려 한다. 미국에 관세를 환급해주면 EU에서 또 무언가를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 두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최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국가가 된다. EU에만 해준 혜택을 미국에 더 내주고, 미국에 더해줬으니 EU에 더 내주는 식으로 끊임없이 내주게 될 것이다.

미래 경제 싸움은 표준을 어떻게 두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주면서 한국 자동차는 이미 표준이 무너졌다. 앞으로 EU가 어떤 요구를 해올지 모른다.

오해3 : 'FTA는 국가 경제에 유리하다?'

▲ 이해영 교수 ⓒ프레시안(김윤나영)
자동차 부문에서 추가로 내주더라도 FTA는 전반적으로 수출에 좋다는 의견이 많다. 주류언론도 그런 식으로 가닥을 잡는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미국 현지에서 60만대 규모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지 생산비율이 이미 50%를 넘어간다.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 수출하는 양은 매년 20~30%씩 뚝뚝 떨어진다. FTA를 통해서 많은 이익을 보지 못하리라는 의미다. 어차피 2~3년 후 수출로 관세 혜택을 받는 시대는 끝난다. 한국 업체는 미국 현지와 유럽 현지에서 자동차를 직접 만들게 된다.

물론 한미 경제구조를 볼 때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늘어난다. 한국은 미국보다 관세가 3배 이상 높다. 바꿔 말하면 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수출업자가 세 배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간다는 말이다.

계산해 봤더니 FTA의 경제 효과는 아무리 많아 봤자 GDP의 0.02% 정도다. 온 국민이 가정에 돌아가서 수도꼭지만 잘 잠그면 거둘 수 있는 작은 효과다. 자동차가 최대 혜택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주류언론과 정부가 하는 말일 뿐이다. 한국은 미국에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제조업에서 남긴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액수를 미국이 주식·채권 시장에서 빼 간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금융, 투자, 서비스, 지적 재산권이다.

오해4 : '미국은 자유무역을 추구한다?'

미국은 G20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른바 양적 완화(달러 대량 생산) 조치를 했다. 이 말은 곧 미국에 G20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뺨을 때린 꼴이다. 미국은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원화 가치를 일부러 끌어 올렸다. 쉽게 말하면 가령 한국은 1달러어치를 수출해 예전에는 1300원을 벌다가 이제 1100원을 벌게 된다. 일종의 위장된 보호주의다.

G20이 끝나면 미국은 분명히 "우리는 자유무역의 새로운 가치를 지켜냈다, 한미FTA를 보라"고 할 것이다. 그게 실은 위장된 보호주의다. 미국 경제가 그만큼 밀렸다. 몰리는 상황에서 꾀를 내다 안 되니 양적 완화를 택했다. 미국에서 남는 달러는 또 한국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다. 한국이 상품을 무역해 조금 남기는 돈을 미국은 주식이나 금융시장에서 다시 다 가져간다. 그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한EU FTA도 핵심은 금융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도 자동차 타령을 한다. 자동차로 배에 물건 실어서 미국에서 돈을 벌던 시대는 끝났다. 향후 세계 경제의 미래라는 관점에서는 서비스, 투자, 금융, 지적 재산권이 훨씬 중요하다. 양적 완화에서 보듯 미국은 "자기 살자고 남이 어떻게 되든 모르겠다"는 식이다. 그 중 하나가 한미FTA다.

오해5 : '한미FTA 협정 발효가 임박했다?'

협정이 발표되려면 절차적으로는 미국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한국은 본회의만 남았다). 하지만 만약 추가협정 사인이 오면 한국에서도 협정안이 국회로 다시 돌아가서 상임위부터 밟아야 한다. 양쪽 다 금방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 FTA 여론은 좋지 않다. FTA가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인에게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10년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미국인에게는 FTA는 일자리를 없앤다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미국 의회에는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그렇기에 미국은 또 뭔가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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