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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성에선 출장 사망도, 여사원 과로 유산도 본인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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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왜 삼성에선 출장 사망도, 여사원 과로 유산도 본인 탓인가?"

[단독] "삼성전자에 노조를!"…박종태 대리의 당당한 도전

삼성전자 박종태 대리가 3일 점심 시간에 노동조합 설립을 촉구하는 글을 사내 전산망(삼성전자 Live2.0 오픈 커뮤니티)에 올렸다. 하지만 이 글은 약 15분만에 삭제됐다. 이어 박 대리는 또 다른 사내 전산망인 '마이싱글'에도 이 글을 실었다. 그러나 '마이싱글'에 올린 글은 관리자의 승인을 거쳐야만 다른 직원에게 공개된다. 얼마 뒤, 글을 반려한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삼성전자 Live2.0' 전산망에 15분 노출됐을 뿐인데, 반응은 뜨거웠다. 4일 아침 박 대리가 메일함을 열었을 때, 삼성 직원들의 격려 메일이 여럿 도착해 있었다. "왜 글이 지워졌느냐", "힘내라" 등의 내용이었다.

▲ 사내 전산망에 올린 글 ⓒ박종태
▲ '마이싱글'에 올린 글은 반려됐다. ⓒ박종태

여기까지만 보면, 지난 7월 삼성SDS 최 모 차장이 노동조합 설립을 촉구하는 사내 메일을 보냈다가 금세 삭제된 사건과 닮았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당시 최 차장은 자신의 이름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다. 또 그는 메일이 삭제된 뒤로는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해서 눈에 보이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삼성에서 노조 만들기란…유서 쓰고나니 눈물이 왈칵")

반면 박 대리는 외부에 이름을 공개했다. 또 앞으로도 계속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활동을 공개적으로 해나가겠다고 했다. 3일 사내 전산망에 올렸던 글을 앞으로도 계속 올리겠다고 했다. 물론 금세 삭제되겠지만, 누군가가 잠깐이라도 본다면 분명히 영향력이 있으리라는 게다. 이런 입장은 충동적으로 정해진 걸까. 3일 저녁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4일 아침 통화하면서 거듭 확인했다.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뚜렷했다.

삼성전자에는 노동조합이 없는 대신, '한가족협의회'라는 노사협의회가 있다. "왜 노조를 만들려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박 대리는 2007년 한가족협의회 위원으로 출마해 당선된 경험을 이야기했다. '한가족협의회'가 노동조합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면, 굳이 노조를 만들지 않았을 게다. 그러나 '한가족협의회'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한가족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는 임신한 여성 노동자가 겪는 인사 불이익을 해결하려 애썼고, 상사의 폭언을 그저 참을 수밖에 없는 회사 문화를 바꾸려 노력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미미하게나마 성과를 냈다. 그는 "삼성전자에선 임신한 노동자가 과로로 유산하는 일이 해마다 여럿 있었다. 그것만큼은 꼭 바꾸고 싶다"라고 말했다. 1987년 생산직으로 입사해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겐 현장 노동자들의 사연들이 남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의 이런 노력을 회사 측이 삐딱한 시선으로 봤다는 점이다. 적어도 당시엔 그는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노조를 만들려는 직원으로 이해했고, 인사 상 불이익을 줬다. 2009년 2월에는 '한가족협의회' 위원 자격도 상실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삼성의 글로벌 경영 정책과 신흥시장 환경 이해'라는 취지로 시행하는 '한가족 스쿨(school)' 행사에 불참했다는 것이었다.

박 대리는 지난 5월 회사와 한가족협의회를 상대로 감봉 처분과 근로자 위원 면직결정에 대한 무효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가는 썼다. 소송이 진행되던 지난 7월, 회사는 그에게 러시아 장기출장을 지시했다. 박 대리가 이를 거부하자 7월 28일 직무를 정지시켰다. 그의 책상은 그룹장 옆으로 옮겨졌고 업무에 필요한 사내 메일은 차단됐다.

▲ 회사 측은 박 대리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이메일도 차단했다. ⓒ박종태

종일 빈 책상을 지키던 박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런 사연은 지난 8월 <프레시안>에 소개됐다. (☞관련 기사: 삼성전자 박 대리는 왜 정신병원에 가야 했나)

하지만 회사 컴퓨터에서 이 기사 관련 내용을 검색하면, "근무기강, 업무 효율성 강화를 위해 차단됐다"는 메시지가 뜬다. 그래도 이 내용을 아는 직원이 꽤 있다. 잠시 휴직했던 그가 업무에 복귀했을 때, 그는 이 기사를 봤다며 그를 격려하는 직원들을 종종 만났다.

▲ 박종태 대리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서 찾으면, 차단 메시지가 뜬다. ⓒ박종태

지금도 그는 우울증과 허리 디스크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처럼 쇠약해진 몸으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을까. 그는 "얼마 전에 바닥을 쳤다. 내 인생에서 이제 남은 일은 반전이다"라고 했다. 그가 다시 힘을 낸 계기는 가족들의 응원이었다. 그는 "(그를 지지하는 가족이 있는 한) 노조를 만들다가 설령 해고된다고 해도 두려울 게 없다"고 했다. 얼마 전 그는 지저분하게 기르고 다니던 머리를 단정하게 깎았다.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앞두고 마음을 다지기 위한 그 나름의 의식이었다.

다음은 박종태 대리가 3일 삼성 사내 전산망에 올렸던 글 전문

- 노동조합을 건설하려 한다는 의심만으로 왕따근무 -

제조그룹에 근무 중인 1987년 입사한 "왕따사원' 박종태 대리입니다.

본인은 2007년 한가족협의회 위원에 출마하여 사원들의 직접선거로 당선된 이후 열과 성의를 다하여 현장사원들의 입장에서 불합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노력하였지만 2009년에 협의회에서는 면직을 당하였고, 해외출장을 보류해달라는 요청에도 회사로부터는 징계를 당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았고, 최근 왕따근무에 정신병동 입원 그리고 인사의 강제 발령으로 인하여 현재 정신과 및 신경과, 디스크 물리치료 약물치료 중에도 불구하고 제조그룹 메인에서 포장 작업을 하게 되었읍니다

협의회위원으로 사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노력한 것은 상을 받을 일이지 협의회에서 면직당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회사의 지시라 하더라도 당사자의 처지와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것임에도 일방적으로 해외출장을 가지 않는 다하여 본인의 건강을 외면하고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 부양하며 먹고 살기위해 수모를 감수하면서 회사생활을 계속해야하는지 회의가 드는 때가 많아졌고 최근 본인에게 일어난 일들은 참으로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당하고 있는 어려움은 결코 나만이 겪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리 힘이 없는 사원이긴 하지만 너무나 억울하여 삼성전자에 근무하시는 동료분들께 하소연이라도 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사원여러분 !

본인은 협의회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더욱 더 현장사원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다쳐도 해외출장 가서 사망해도 기혼 여사원이 장시간 노동강도에 유산을 해도 회사의 책임은 없고 본인의 과실만 강요하고 상사의 폭언에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기업문화는 정상적인 삼성전자의 경영방침은 아닐 것입니다.

당시'08년 ~'09년 2월 면직 전까지 사업부 대표로서(운영위원)소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저에게 투표권을 지지한 사원이든 지지 하지 않은 사원이든 차별 없이 대변 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그 중 제 임기 동안 구조조정이 없도록 지역구 협의위원과 협의하여 인사그룹장 이하 노사 담당과 12층 대회의실에서 임시회의를 요청 11기 임기동안 구조 조정이 없다는 인사그룹장의 답변과 임시 협의회 회의록을 문서로 남겼으며 당시 DM총괄 인사팀장께 협의위원 고과 기준관련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 근거에 의하여 협의위원 평가 시스템을 보완 협의위원들이 사원의 의견을 떳떳하게 사측에 건의 하여도 협의위원 개개인에게 고과 평가에 영양이 없도록 사전에 협의위원 고과를 확정하여 임기동안은 C면 C, B면 B 일괄적으로 사전 평가를 2년 동안 고정등급으로 확정토록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고 건의를 했는데 팀장께서도 저의 건의에 동감을 한다고 했었습니다.

임산부 출산 후 하위고과에 따른 부작용과 이에 따른 퇴사권유와 압박 등을 일부 해결 했으며 일부 사원의 경우 타 사업장 전배관련 면담 호소관련 포함하여 사원의 입장이 제 입장이라고 생각하여 원활하게 가지 않도록 해결했습니다. 이런 정당한 위원활동이 노조를 건설하려는 의도를 가졌다하여 지금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 아닙니까.

지난 23년간 삼성전자에 일하는 것을 커다란 자부심으로 일하여 왔고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불이익을 감수하며 침묵하며 산다는 것은 나와 주위 동료들과 삼성전자의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에 회사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법에 보장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이 삼성전자 사원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고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사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프레시안>은 2010년 8월 '삼성전자 박 대리는 왜 정신병원에 가야 했나'를 시작으로 1년 여 동안 꾸준히 삼성전자 해고노동자 박종태와 삼성노조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 시리즈로 2011년 1월 25일 제9회 언론인권상 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1)☞바로가기 "삼성전자 박 대리는 왜 정신병원에 가야 했나"
(2)☞바로가기 "정신병원 입원했던 삼성 박 대리, 복귀해도 여전히 '왕따'"
(3)☞바로가기 "왜 삼성에선 출장 사망도, 여사원 과로 유산도 본인 탓인가?"
(4)☞바로가기 "삼성전자에 노조를!"…朴대리 두 번째 글도 삭제, 징계 통보"
(5)☞바로가기 "누가 삼성전자 朴대리에게 유서를 쓰게 만들었나?"
(6)☞바로가기 "삼성에 노조 만들자는 글이 영업 기밀인가?"
(7)☞바로가기 "삼성전자, '노조 설립' 호소한 朴대리 전격 '해고'"
(8)☞바로가기 "'삼성전자에 노조를!'…해고된 朴대리, 재심 청구"
(9)☞바로가기 "'삼성전자에 노조를!'…박종태 대리, 해고 확정"
(10)☞바로가기 "'삼성에 노조를!'…해고된 朴대리 딸 "아빠 피아노 끊을게요""
(11)☞바로가기 "사람이 죽어나가면 모를까 삼성에서 여사원 유산쯤이야…"
(12)☞바로가기 "삼성전자 해고자 박종태 씨와 함께할 사람, 모여라!"
(13)☞바로가기 "박종태 대리 해고, 정말 '삼성 노조' 추진과 무관한가?"
(14)☞바로가기 ""저 사람이 朴 대리다"…두유 건네며 격려하는 삼성 직원"
(15)☞바로가기 "유서 썼던 삼성 朴대리 "나는 왜 살아서 싸우기로 했나""
(16)☞바로가기 "무조건 해고…이러고도 삼성이 초일류기업입니까?"
(17)☞바로가기 "삼성 '왕따 직원' 박종태가 수세미 들고 나타난 까닭?"

(18)☞바로가기 "삼성 해고자 박종태, 산재 불승인…"삼성노조와 함께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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