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부 전산망 정보가 삼성으로 흘러간 사건에 대한 시민사회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 이인용 부사장은 3일 기자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개인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며 회사 차원에서 벌어진 일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MBC를 둘러싸고 그동안 벌어진 일을 돌아보면,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세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삼성 측이 철저한 조사를 거쳐 책임자를 문책하고 공개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기업의 본분을 저버리고 한국 사회 전체를 감시·통제하려는 삼성의 시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규정했다.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 <조선일보>도 이날 이와 비슷한 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이번 사건을 과거 독재정권이 정보기관을 통해 쓰던 수법에 비유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삼성그룹의 정보 수집력과 로비력, 영향력이 우리 사회 각 분야 구석구석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못박은 뒤, 이번 사건에 대한 삼성 측의 해명에 대해 "한국의 대표 기업답지 않은 자세"라고 꼬집었다.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프로그램 내용이 MBC 내부 전산망에 올라온 직후 삼성 임원이 MBC에 전화한 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참여연대 논평과 <한겨레> 사설 등이 이 사건을 언급했다. MBC에서 삼성으로 유출된 정보가 삼성 경영진에게 보고됐으리라는 점을 입증하는 사건이라는 게다.
실제로 지난 7월 20일자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삼성그룹 홍보팀 이 모 상무가 같은 달 7일 삼성 관련 취재 중이던 MBC 김 모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담당 부장에게 기사 좀 쓰지 말라고 이야기하겠다. 취재해도 나가겠어. (뉴스데스크) 큐시트는 확인해봤어"라고 말했다.
큐시트(cue sheet)란 방송될 뉴스 내용과 편집 순서를 담은 자료를 가리킨다. 당시 김 기자가 취재하던 내용은 삼성SDS의 한 직원이 노동조합 설립을 촉구하는 사내 메일을 돌린 사건이었다. (☞관련 기사: 삼성에서 노조 만들기란…유서 쓰고나니 눈물이 왈칵")
당시 <기자협회보> 에 따르면, 당시 김 기자는 "일선 기자들도 보지 못하도록 차단돼 있는 큐시트를 언급하자 깜짝 놀랐다"며 "'이 사람(삼성 이 상무)은 취재하는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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