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킹스 오브 리온, 절정의 순간 방향성을 잃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킹스 오브 리온, 절정의 순간 방향성을 잃다

[화제의 음반] 킹스 오브 리온과 밥 딜런, 필 콜린스의 신보

킹스 오브 리온(Kings Of Leon)은 변화와 일관성을 동시에 가져가는 드문 밴드였다. 자신들의 뿌리인 서던록의 흥취는 잃지 않으면서도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90년대 말 모던록의 감성적이고 세련된 옷을 덧껴입었다. 이들의 지난 앨범들은 마치 텍사스의 촌놈이 쿨한 뉴요커로 변하는 과정을 덤덤하게 그린 파노라마 같았다.

▲킹스 오브 리온 [컴 어라운드 선다운] ⓒ소니뮤직 제공
네 번째 정규앨범 [온리 바이 더 나이트(Only By The Night)]는 변화의 완성을 보여줬다. 영국을 호령하던 미국밴드는 이 앨범을 세계적으로 800만 장 이상 팔아치우며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히트싱글 <섹스 온 파이어(Sex On fire)>, <유즈 섬바디(Use Somebody)>는 이들의 공연마다 스타디움을 크게 울렸다. 데뷔앨범에서 느껴지던 서던록의 거친 질감은 뜨끈한 감성으로 피어올랐고, 차갑게 부각되는 베이스기타음은 이들의 음악적 영역이 대서양 건너편 영국의 클럽에까지 가 닿았음을 상징했다.

팬들이 밴드 커리어의 절정을 지켜보았다는 생각을 가질 때가 된 올해 말, 신보 [컴 어라운드 선다운(Come Around Sundown)]이 나왔다.

나쁘지는 않은 앨범이다. 평이한 듯 이어지는 곡 중간에서도 이들 특유의 귀를 잡아채는 능력은 여전하다. 첫 싱글 <라디오액티브(Radioactive)>는 괜찮은 울림을 가졌고 <더 페이스(The Face)>의 리듬라인은 전작만큼 매력적이다.

문제는 이 앨범이 멈추지 않는 성공가도를 달렸던 킹스 오브 리온의 신보라는 점이다. [비코즈 오브 더 타임스(Because Of The Times)] 이후 킹스 오브 리온을 접한 이들이라면 큰 문제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앨범이나, 데뷔앨범의 열기를 느꼈던 이들은 새 앨범과 옛 앨범의 지나치게 멀어진 거리에 당황할 듯하다.

대부분의 곡에서 멜로디는 구태의연하고, 앨범 전반적으로 전작을 고스란히 답습한 흔적이 역력하다. 앨범 커버처럼 따스한 광휘는 남아있지만, 멤버들이 벌써부터 빛이 바랜 옛 시절을 떠올리는 듯한 당혹감마저 느껴진다. 환상적이었던 데뷔앨범 [유스 앤드 영 맨후드(Youth & Young Manhood)]에서 불타오르던 로큰롤의 기운은 자취를 완전히 감췄다.

<캘리포니아 웨이팅(California Waiting)>, <섹스 온 파이어>, <슬로 나이츠, 소 롱(Slow Nights, So Long)>과 같은 흥분을 이들은 더 이상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배어올라오는 앨범이다.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는 본 앨범의 위치를 오아시스의 [비 히어 나우(Be Here Now)], [래틀 앤드 험(Rattle And Hum)] 이후 유투의 앨범들의 자리에 놓았다(그러고보니 이들도 갤러거 형제만큼이나 사이가 나쁜 형제들이다).

이들의 창작력이 이대로 주저앉으리라고 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들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놓기엔 여지껏 보여준 게 많은 밴드다. 결코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입장에서 이들의 다음 앨범을 기다려야 할 듯하다. 그 오아시스마저 제 컨디션을 찾는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나.

▲ ⓒ소니뮤직 제공

필 콜린스 [Going Back]

▲필 콜린스 [고잉 백] ⓒ워너뮤직 제공
옛 록팬들에겐 저평가된 대표적 인물 필 콜린스가 8년 만에 신보 [고잉 백(Going Back)]을 내놨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제네시스의 드러머였던 그는 솔로로 전향한 후 감미로운 팝팬들의 감성을 자극해왔다(이 때문에 '너드' 성향의 록키드들이 나오는 외국 영화엔 어김없이 필 콜린스를 욕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곤 했다).

청력을 잃은데다 허리까지 좋지 않았던 그는 이번 앨범을 모두 커버곡으로 담았다. 보통의 곡들이 아니라, 바로 흑인 음악의 성지와 같은 모타운 레이블에서 쏟아진 소울 레코드들을 커버했다. 따지고보면 그는 이미 슈프림스, 스모키 로빈슨 등 소울뮤지션을 커버한 이력이 있다.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이 상징하듯, 그는 백인들이 갈취해버린 로큰롤 대신 흑인 음악의 정수를 쏟아냈던 60년대 모타운의 전설적인 곡들을 당시 감성 그대로 녹음해냈다. 60년대 당시 모타운 앨범들의 녹음에 참여했던 훵크 브라더스(Funk Brother)의 일원이었던 밥 배빗, 에디 윌리스, 레이 모네트를 세션으로 초빙하기까지 한 앨범은 결코 '블루 아이드 소울'이 넘볼 수 없는 초기 소울의 담백함과 흥취를 고스란히 살려냈다. 소울, 리듬 앤드 블루스, 훵크 등이 모두 이 레이블의 영광의 시대에 탄생했다. 오늘날 주류팝의 뿌리다. '괜찮은 커버 앨범'이라기엔, 이 앨범은 정말 괜찮다.

밥 딜런 [The Witmark Demos: 1962-1964 - The Bootleg Series Vol. 9]

▲밥 딜런 [더 위트마크 데모스:1962-1964] ⓒ소니뮤직 제공
밥 딜런의 아홉 번째 부틀렉 시리즈가 나왔다. 웬만한 뮤지션의 정규앨범 이상가는 평가를 받는 그의 부틀렉은, 이번에는 그가 바로 포크뮤지션으로 흥하던 초기 시절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밥 딜런은 포크를 대중화시키고, 이후에는 포크를 록과 결합해(누군가에게는 포크를 배반해), 결과적으로 팝 음악이 두뇌를 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앨범은 그가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경력을 시작한 후 전자기타를 들기 바로 직전까지의 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빛 바랜 역사서다.

일곱 번째 부틀렉 [노 디렉션 홈(No Direction Home)]이 그의 최고 전성기 시절 영욕의 순간을 모두 담았다면, 이번 시리즈는 그가 거침없이 상승하던, 그 때 그 순간의 기록을 정밀하게 모았다. 이제 포크는 엘리엇 스미스를 비롯해 배들리 드론 보이, 벡 등의 창조적 음악가에 의해 60년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역시 포크의 가장 절정의 순간은 바로 이 때, 뉴욕에서 맛볼 수 있다.

이번 부틀렉은 그의 데뷔앨범부터 여덟 번째 앨범 [존 웨슬리 하딩(John Wesley Harding)]까지를 모노 방식으로 녹음한 한정 박스세트 발매와 동시에 출시됐다. 밥 딜런은 50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가장 '핫한' 뮤지션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