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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 사람 대접 못 받는 건 덜 싸웠기 때문"

[현장]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500명, 현대차 본사 앞에서 집회 열어

현대자동차 울산·아산·전주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 1500여 명(경찰추산 850명)이 30일 주말 특근을 거부하고 상경했다. 지난 7월 현대차 공장에서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를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가 실질적인 사용자인 현대차를 향해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본사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의 제지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진 못했다.

이날 오후 3시경 현대자동차 본사 앞 인도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찼다. 현대차그룹은 사내하청업체 동희오토 해고 노동자들이 지난 7월부터 본사 앞에서 정 회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하자 인도 절반을 들어내고 화단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공사가 거의 진척되지 않은 공사 구역을 조합원들이 빽빽이 메웠다. 4달 동안 용역직원의 욕설과 폭행을 견뎌내며 농성을 이어가던 동의오토 노동자들이었지만 이날만은 '든든한 원군'을 만난 셈이다.

불안정한 고용 형태 때문에 특근 거부를 하기 힘든 사내하청 비정규직이지만 이들이 이렇게 대거 상경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제조업 파견 금지 및 사용기간을 제한한 파견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원에 위헌제청을 신청하는 등 '역공'에 나선 상태다.

한편, 사측은 대법원 판결 이후 사내하청 노조에 가입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쉬는 시간을 이용한 조합원 교육이나 아침 선전전까지 방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 직원이 사내하청 노동자에 개입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이 공개되면서 현대자동차가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는 사용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사측은 요지부동이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본사에 항의서한 전달하려다 충돌

이날 현대차 본사 앞에 올려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가 불어나면서 일부는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현대차 본사 입구 앞을 사측이 대형 버스를 동원해 공간을 메워 들어갈 수 없자 행렬 일부가 차도로 넘치면서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엉겨 붙었다. 결국 양측의 양보로 도로 한 차선을 집회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정리됐지만 충돌 과정에서 몇 명의 부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한 차례 소란이 지나간 후 시작된 결의대회에서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현대자동차는 3조8000억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도 정직 순이익의 5~10%만 쓰면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할 수 있는 사내하청 문제는 외면하고 그 돈을 현대건설 인수에 쓴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기아의 '모닝'을 만들지만 기아차 정규직이 한 명도 없이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로만 채워진 '꿈의 공장' 동희오토의 이백윤 사내하청지회장이 이어받았다. 이 지회장은 "우리도 거리가 아니라 차가운 오렌지 주스 한 잔 놓고 대화로 교섭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현대차는 우리가 농성을 시작하자 배기가스를 뿜고 모래를 뿌려대고 어머니 이름까지 들먹이며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건 정규직 앞에 '비'자가 붙었다거나 돈을 덜 받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덜 싸웠기 때문인 듯싶다"며 "이 싸움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상수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과 송성훈 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장은 현대차에 대한 교섭촉구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결의대회가 끝난 5시 경 이들은 정몽구 회장과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며 본사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현대차 입구는 이미 사측 용역 직원들이 서로 팔짱을 낀 채 차단하고 있었고 곧 조합원과의 격렬한 충돌이 이어졌다. 일부 부상자까지 나오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경찰은 용역 직원 대신 현대차 입구를 막았다. 현대차 측은 끝까지 항의서한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고 조합원들은 이후에도 한동안 대치하다 자리를 떠나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합류했다.

김영훈 위원장 "MB, G20 전에 집구석 단속부터 하라"

이날 5시 반부터 시청 광장에서 열린 비정규노동자대회는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해 서울 광장 이용을 신고제로 하도록 바꾼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집회여서 관심이 모였다. 이날 대회에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물론 건설 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자와 파견 노동자 등이 모두 모였다.

발언에 나선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렇게 많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내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한다"며 "우리 하나하나가 40년 전 전태일 열사처럼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얼마 전 거절한 대통령 오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G20 개최와 관련해 민주노총이 성공적인 진행을 도와달라는 말을 전달하려 했다고 한다"며 "국제적 현안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기 전에 정년도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집구석 단속부터 잘 하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자대회를 주최한 전태일40주기 행사위원회는 이후에도 전태일의 모친 이소선 씨와 함께하는 기념문화제와 인디밴드들이 참여한 공연 등 문화제를 밤늦게까지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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