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한창이다. 검찰은 지난 16일 한화그룹 본사와 한화증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일부 검찰 수사관이 한화 측 용업업체 직원과 몸싸움을 하다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검찰은 현재 5개의 차명계좌를 확인했으며, 연관 계좌 수십 개를 조사 중이다.
이번 조사는 전직 한화증권 직원의 제보에서 비롯됐다. 제보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서 향후 수사 전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장교동팀'이라고 알려진 비자금 관리 조직의 실체와 활동내역이 특히 관심사다.
한화 측은 이번에 문제가 된 차명계좌에 담긴 돈이 비자금이 아니라 김승연 회장의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한다.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조성된 재산 가운데 일부가 미처 실명화 되지 못한 채로 방치돼 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흔치 않다. 설령, 이런 해명이 옳다고 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한화증권에 지배주주인 김승연 회장 개인의 차명계좌가 개설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신뢰와 준법이 생명인 금융기관으로서는 치명적인 오점이라는 것.
마침 경제개혁연대가 한화 비자금 관련 논평을 냈다. 17일 논평에서 경제개혁연대는 대한생명 인수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과거 보험업을 하지 않았던 까닭에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을 인수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편법적으로 자격을 갖춘 끝에 한화그룹은 2002년 말 대한생명을 최종 인수했다. 결국 당시 금융감독원과 청와대에 불법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한화증권 김연배 부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에 수사 대상이 된 비자금이 이런 로비 과정에 쓰이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 경제개혁연대가 제기한 의혹이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사건이 과거 삼성과 CJ그룹의 비자금 사건과 판박이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이들 사건에서 의혹이 제기됐을 때면 해당 그룹의 해명은 늘 똑같았다. 회삿돈을 빼돌려 만든 비자금이 아니라 선대로부터 물려받는 것(상속재산)이며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미처 실명화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이처럼 무성의한 해명이 나오는 배경에는 삼성 비리 등 재벌이 연루된 경제범죄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던 과거가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관행적인 재벌 총수 봐주기가 이번에도 반복된다면, 현 정부는 회복할 수 없는 신뢰의 상처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단체는 "최근 국정기조인 '공정한 사회'란 법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즉 법위반 행위에 대해 그에 맞는 처벌을 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법 적용에 대해 예측가능성을 갖게 만드는 '신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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