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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뭔가 이상한 국내 은행, 못 믿겠다"

"은행 대손 충당금, '이벤트' 있을 때 갑자기 늘어나"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6일 우리나라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를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감독 당국의 검사 등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면 대손 충당금이 갑자기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게다. 그뿐 아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 정도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드러냈다. 국내 은행들의 발표를 보면, PF 부실채권 비율이 급등했는데, 연체율은 여전히 1% 안팎이라는 것.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S&P가 이날 국제금융센터 초청으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경제와 한국 신용등급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S&P 권재민 상무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은행들이 대출의 부실 여부를 판단하거나 연체율을 측정할 때 뭔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부실 채권 분류기준이나 대손 충당금을 쌓는 기준이 투명하지 않다는 말도 곁들였다.

이런 발언이 겨냥한 것은 국내 은행의 막대한 PF 부실이다. 불투명한 건전성 지표가 감추고 있는 게 PF 부실이라는 이야기다. 권 상무는 "PF 부실채권 비율이 올해 상반기 7~8%로 급등했다. 앞으로 쌓일 손실을 고려하면 이 비율이 20%를 넘으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권 상무는 "민간 부문의 차입이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가계 부채가 가처분소득에 견줘 많은 편"이라며 "가계 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90%에 달해 금리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 역시 불안한 대목이다. 권 상무는 "한국은 2015년 이후 경제활동인구가 줄어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저축률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설명도 나왔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엄격한 정부 규제와 가계의 금융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이 개선된 점은 위험을 완화하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DTI 완화 기조와 맞물리면, 불안을 낳는 발언이기도 하다.

아시아권에서 역내 교역 비중이 커져 선진국 경기 변동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점도 긍정적인 변수다. 또 국내 은행은 선진국 금융기관에 비해 복잡한 파생거래가 적어서 해외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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