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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기사 사망' 사건, 또 일어날 수 있다"

서비스 연맹 등 "특수고용직에도 산재 전면 적용해야"

대리운전을 하다 차주에게 폭행당하고 후진하는 차량에 치여 숨진 이동국 씨(52) 사건을 계기로 대리 기사 등 특수고용직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리 기사 이동국 씨(52세)는 지난 5월 26일 경기 남양주 별내IC 부근에서 술에 취한 차주 박 모 씨(41세)를 태운 상태에서 "왜 운전을 그렇게 하냐"는 박 씨에게 뒤통수를 여러 차례 가격당했다. 이후 갓길에 차를 세우게 한 후 언쟁을 벌이던 박 씨는 차에 올라타 후진해 이 씨를 치었고, 쓰러진 이 씨를 다시 차로 밟고 도주했다.

다음날 체포된 박 씨는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부인했고, 법원은 체포 영장을 기각했다. 사고 당시 신고를 받은 경찰의 늦장 대처 역시 도마에 올랐다. 이러한 사정이 대리 기사 인터넷 카페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됐고, 결국 박 씨는 지난달 26일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구속됐다.

"이 씨의 죽음은 예견된 사건"

문제는 이런 일들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대구지역 대리운전노동조합 등은 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씨를 숨지게 한 것은 단순 취객이 아닌 대리 기사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보호하지 않는 법과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대구지역 대리운전 노동조합 등이 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직에 대한 전면적인 산재보험 적용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최영환 대구지역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이 씨의 죽음을 "예견된 사건"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대리 기사가 차주와 시비가 붙어 콜센터 측에 연락이 가면 어떤 상황이든 기사의 책임이 돼 배차제한 등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억울한 일이 생겨도 참을 수밖에 없다"며 "매일 저녁 전국 15만 명의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80만 건의 대리 운전 중 수십 건씩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취객에 의한 사고를 막기 위해 예전부터 대리운전 콜센터 측에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대리 운전 사업이 시작된 십수 년 전부터 대리 기사는 도구였을 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아무런 법적 장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특수고용직인 대리 기사의 열악한 사정도 소개됐다. 최 위원장은 "이른바 '밑바닥 인생'인 대리 기사는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이들이 생계를 잇기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직업"이라며 "대부분이 가장이어서 하루 일을 못하면 당장 살 수가 없는 처지지만 사고로 다쳐도 산업재해 적용을 받지 못해 바로 가정의 해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박대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은 "대리 기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전국에 100만 명이 넘지만 노동권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2007년부터 일부 특수고용직에 대한 산재가 인정됐지만 현장에서는 그 혜택을 못 느끼고 있고 법의 허점을 이용해 사용자측이 반강제적으로 보험 가입을 하지 않도록 해 산재 적용률이 15~20%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이러한 사고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노동자라는 말 앞에 붙은 '특수'라는 단어가 천형이 된 데 대한 근본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위한 전면적인 산재보험 적용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헌법에 규정된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연구 자료를 공개하고 기업들의 불법·탈법적인 노무관리 행태를 감독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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