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두 대기업이 요즘 도마 위에 올랐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무리한 납품단가를 요구해 온 관행에 대해 대통령이 개선을 요구하면서다. 해당 기업들은 볼멘 목소리다. 이들 기업이 거둔 막대한 이익이 꼭 협력업체를 쥐어짠 결과만은 아닌데, 왜 죄인 취급 하느냐는 게다.
논란을 정리하는 것은 결국 숫자다. 이들 기업과 거래한 업체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된다. 그리고 이 숫자는 말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욕먹을 만하다"라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내부 계열사와의 거래에서는 후한 가격을 쳐준 반면, 외부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몹시 인색했다. 외부 협력업체에 요구한 납품단가가 불공정하게 매겨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나올 수 있다. 어느 쪽이건, 이들 기업은 떳떳한 처지가 못 된다.
<재벌닷컴>이 29일 매출 10대 제조업체의 내부 계열사 및 협력업체의 2009 회계연도 영업이익률을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매출 1위인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삼성코닝정밀소재 등 내부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9.40%인데 반해 외부 협력업체는 4.55%로 나타났다. 내부 계열사가 4.26배 높다.
더욱이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내부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전년(2008년)보다 4.78%포인트가 높아진 반면, 외부 협력업체는 오히려 전년 대비 2.66%포인트가 하락했다. 2008년에는 내부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이 외부 협력업체의 2.03배였다.
내부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외부 협력업체뿐 아니라 삼성전자 본사와 비교해서도 높은 편이다. 내부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의 2.74배(지난해 기준, 2008년은 2.58배)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거둔 이익이 막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거래한 삼성 계열사의 이익이 얼마나 큰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다. 계열사에 이익을 떠넘겼다는(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매출 2위인 현대자동차는 사정이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이 회사와 거래하는 현대차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39%였다. 반면, 외부 협력업체는 3.34%였다. 2.51배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와 비교해서 다른 점은, 현대자동차의 경우 전년(2008년)보다 이런 격차가 다소 줄었다는 점이다. 2008년에는 3.24배 차이가 났었다. 또 현대자동차는 내부 계열사와 이 회사 사이의 영업이익률 차이가 크지 않았다.
조사 대상인 다른 8개 제조업체의 경우도 대체로 내부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이 외부 협력업체보다 높게 나타났다. 다만 SK텔레콤 등 일부 기업은 반대 양상을 띠었다. SK텔레콤은 외부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지난해 16.38%)이 내부 계열사(1.57%)보다 훨씬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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