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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중소기업 사랑 고백, 진심인지 알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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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중소기업 사랑 고백, 진심인지 알려면…"

경제개혁연대 "공정위 '금융거래정보요구권', 대폭 강화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찾은 곳이 재벌 총수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총연합회였다. 그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기조를 약속했다. 전경련에서 이야기한 비즈니스가 중소기업을 가리킨 것일 리는 없다. 그뿐인가. 취임 직후에는 재벌 총수들과 핫라인을 개설했다. 대통령이 재벌과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게 모양새가 나쁘다는 말이 나왔었다. 정경유착으로 비친다는 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재벌 총수와 핫라인 개설했던 MB, 정말 변했나?

이랬던 대통령이 갑자기 대기업을 탓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측근까지 합세했다. 삼성전자 등이 거둔 천문학적 수익 가운데 상당 부분은 중소·협렵업체를 부당하게 쥐어짠 결과라는 게다. 경제정책의 초점을 중소기업에 맞추겠다는 말도 나왔다. 일단은 반가운 일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 거래 관행은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대세다. 이 대통령의 진짜 속내를 모르겠다는 게다. 한국 경제의 고질병을 정말로 치료하려는 것인지, 잠깐 '재벌 군기 잡기'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게다. 후자라면, 익숙한 장면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많이 봤던 모습이니까. 전두환 정권에 밉보였다 공중 분해된 국제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 이 대통령은 현대그룹 재직 당시인 1980년 초 신군부에게 끌려간 경험이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전경련 초청 간담회에서 재벌 기업 총수들과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열쇠는 공정위다

그런데 꼭 이렇게 삐딱하게만 봐야 할까. 전자일 수도 있지 않은가. 재벌 중심의 경제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에 대통령이 힘을 싣고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이렇게 보는 이들을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있다. 이런 판단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다. 방법은 간단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이른바 '계좌추적권')'에 대한 입장을 보면 된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공정위의 권한에 힘을 싣는다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꽤 믿을만한 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보수언론의 지적처럼 '포퓰리즘' 선동 또는 '재벌 군기잡기'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공정위의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은 재벌 중심 경제를 수술하는데 필수적인 도구다. 재벌 계열사 사이에서 이뤄지는 부당 내부거래를 단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당 내부거래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비자금 조성 및 탈세 등 대표적인 재벌 비리를 잡아낼 수 있다. 이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기본 요건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이런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공정위의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은 올해 말이면 효력이 끝난다. 대통령은 한창 한국경제의 고질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5개월 뒤에는 수술 칼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정위의 녹슨 수술칼

그럼, 어떡하나. 방법이 있다.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의 효력이 끝나는 시점을 연장하면 된다. 실제로 공정위는 이런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초 2년 시한으로 도입된 이후 2001년, 2004년, 2007년 각각 법 개정을 통해 3년 시한으로 연장돼 왔다. 이번에도 연장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지난 세 차례의 연장 과정이 모두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매번 한나라당과 재계의 격렬한 반발을 넘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의 칼날은 계속 무뎌져 왔다.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을 발동하기 위한 요건이 계속 엄격해졌고, 그 결과 지난 2003년 8월 이후에는 요구권 발동이 없는 실정이다.

공정위의 주장대로 시한을 연장한다고 해도,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이 제대로 쓰이기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경제개혁연대가 28일 '금융거래정보요구권' 관련 논평을 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금융거래정보요구권' 시한 연장을 놓고 3년마다 소모적인 갈등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권한 축소를 반복하는 일에 종지부를 찍자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법 개정을 통해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을 항구적 조사수단으로 정착시키고, 발동대상을 위장 계열사 조사 등으로 확대하고 발동요건도 완화함으로써 재벌기업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사후적 제재가 엄격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재계가 내세운 '사전적 규제 완화 및 사후적 감독 강화' 원칙에 비춰봐도, 사후적 감독 장치인 '금융거래정보요구권' 강화가 옳다는 주장이다.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이 프라이버시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경제개혁연대는 "현행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은 개인이 아닌 법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법인의 금융거래정보는 프라이버시 보호의 대상이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금융거래정보요구권', 대통령 진의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

수술칼을 뺏기지 않으려는 공정위, 녹슨 수술칼을 버리고 제대로 된 수술칼을 마련하자는 시민단체, 수술 대상인 재벌, 그리고 재벌을 비호하는 여당 의원들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여기서 대통령은 어느 편을 들 것인가.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담긴 속내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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