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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발 지금부터 '착하게' 살자"

'햇빛'이 '희망'이다 <13> 착한 지역이 살리는 세상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에너지 문제가 연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는 '더 이상 잔치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유가가 몇 달러만 떨어져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잔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적인 유가의 등락은 온갖 변수가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더구나 석유가 아주 유용한 '투기' 대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중·장기적인 유가의 추이이다.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2000년대 초 20달러대에서 불과 7년 만에 90달러대로 4배 가까이 올랐다. 등락을 거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른바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사태의 도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최근 부쩍 많아진 것이다. 낙관론을 견지하던 전문가들이 속속 비관론으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아예 2006년에 석유 생산 정점을 지났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고유가에도 석유 생산량이 쉽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경고이다.

연초부터 큰 관심을 모은 기후 변화 경고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골칫거리다. 일부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지난 수백 년간 석유,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를 쓰면서 배출한 온실 가스가 우리별 지구의 균형을 깨는 데 일조하고 있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둘러싸고 갈수록 험악해지는 국제 정세는 어떤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여러 가지 진짜 이유의 맨 앞에 석유가 있다는 것은 이젠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러시아와 같은 새로운 자원 강국이 에너지로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앞으로 이런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창간 때부터 다각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올해 연초부터 '석유 제로(0) 시대를 그린다'와 같은 연재 기사를 통해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려는 국내외의 흐름을 자세히 소개하는 등 에너지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이 연장선상에서 <프레시안>은 시민발전(유), 대북에너지지원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햇빛이 희망이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앞에서 열거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태양, 풍력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널리 확산될 수 있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한 주일에 세 번 재생 에너지 보급 운동에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프레시안>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성당, 학교, 창고 지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는 북한 주민에게 석유 대신 재생 에너지를 공급하자고 정부, 국민을 설득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왜 햇빛이 희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우리는 '파국의 회오리' 속에 들어갔다"
"태평한 당신…부안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햇빛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수소가 아닌 유채가 대한민국을 구한다"

"'붉은' 십자가 없는 '햇빛' 교회를 상상하자"
"햇빛 에너지 비웃는 사람들 귀 열고, 눈 떠요"

"지금 당장 자동차를 버리진 못하지만…"
"햇빛 에너지가 '진짜' 희망이 되려면…"

"석유 '펑펑' 쓰는 유기농업 부끄러웠다"
"'햇빛'과 '바람'이 남북을 살린다"

"中의 북한 에너지 '점령' 이미 시작됐다"
"김정일이 '햇빛 에너지' 전도사라고요?"

▲ 지난 2005년 10월 22일 부안에는 총 3기(각 3㎾)의 태양광 발전기가 천주교 부안성당, 원불교 부안교당 등에 설치됐다. 현재 부안은 네 번째 '햇빛 발전소'를 설치하고자 주민의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프레시안

한때 휴대전화 화면에 "착하게 살자"라고 띄워놓고 다닌 적이 있다. 그렇지만 만약 누군가가 "어떻게 사는 것이 착하게 사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답을 못할 것 같다. 양심, 성찰, 이런 단어를 떠올리기는 했겠지만, 과연 요즘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착하게 사는 것인지, 혼돈스러울 때가 많다.

이 시대에 착하게 살기란?

얼마 전 녹색평론사에서 나온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정혜진 지음)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이 시대에 '착하다'는 것은 편리함과 안락함을 멀리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필자는 착하게 사려면 3단계의 심리 치료를 권도한다.

1단계는 반성이다. 과다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자기의 생활 방식을 되돌아 보라는 것이다. 2단계는 감사와 만족이다. 지나친 편리함과 안락함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는 희망이다. 이미 많은 착한 시민들이 생겨나고 있으므로, 희망을 가지고 함께 행동을 하자는 것이다.

이 책에서 권고한 대로 국립산림과학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내 생활 방식으로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대충 계산해 보았다. 우리나라 평균치보다 좀 적긴 하지만, 전 세계 평균보다는 훨씬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었다. 돌아보면 부끄럽다.

기후 변화,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솔직히 이런 단어를 몇 년 전까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10년 전에 이미 환경운동하는 친구들은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를 이야기했지만, 그 때는 "그게 뭐야", 이런 식으로 무심히 들어 넘겼다. 모르기도 했지만, 관심도 부족했다.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착하게 살자

그렇지만 착하게 살아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를 보면 착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딸아이의 나이는 올해 10살, 초등학교 3학년이다. 어느 부모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내게도 딸아이의 존재는 너무나 소중하다. 그런데 딸아이가 내 나이가 되었을 때에, 딸아이가 살 세상은 어떨까? 솔직히 '재앙'이라고 부를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 내용이 올 한해 내내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 보고서는 2050년까지 2000년 대비 50~85%의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동·식물 종의 2~30%가 멸종 위기에 처하고 지구상에 사는 수억 명의 인구가 물 부족으로 고통 받을 것이라고 한다.

'기후 재앙'이라는 말이 이미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다. 그 재앙의 한 원인이 내 삶의 방식에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혹시 그동안 "우리 세대까지는 괜찮아"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가, 이렇게 스스로 자문해 본다. 돌이켜보니 그런 생각이야말로 나쁜 생각이었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죄를 짓는 생각이었다.

"나만 노력하면 뭘 해. 다른 사람들도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잖아"란 생각도 해 본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비겁한 생각이다. 다가올 것이 분명한 재앙을 막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아이에게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햇빛 발전소에 힘을 보태자 그리고 내 삶을 바꾸자

착하게 살려고 다시 마음먹은 순간 두 가지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첫 번째는 햇빛 발전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2003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문제로 아픔을 겪었던 부안에서 햇빛 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다. 일단 작은 돈이나마 그런 움직임에 힘을 보태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2004년 2월 부안에서 실시된 민간 차원의 주민투표 준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 때 많은 부안주민들을 만났다. 부안의 어느 초등학생이 그동안 겪었던 아픔을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참 모순이었다. 전국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전기를 펑펑 쓰는데, 그 뒷감당을 하느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추진되고 갈등과 아픔을 겪게 되는 곳은 농·어촌 지역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작은 지역에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구속되었고, 지금도 갈등과 상처가 남아 있다. 그렇지만, 부안에서 작은 대안 실천이 계속되는 것을 보며 풀뿌리 주민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미 4기의 햇빛 발전소가 성당에, 원불교 교당에, 변산공동체 지붕위에 만들어졌다.

그런 노력을 통해서 앞으로 부안이 주민 자치에 의한 재생 가능 에너지 지역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착한 지역'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내년도에 새로 만들어질 부안햇빛발전소 5, 6호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야 되겠다.

두 번째는 내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부터 줄이는 것이다. 햇빛발전소에 작은 돈을 보탠다고 해서 착하게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진짜 필요한 것은 내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좀 더 많이 걷고, 좀 더 춥게 지내고, 좀 더 아껴 쓰고. 전기 코드를 뽑는 생활의 변화를 일으켜야 하겠다.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의 행동 수칙을 만들어서 지켜야 하겠다.

착한 시민과 연대해, 착한 지역을 만들자

더 큰 상상도 해 본다. 점점 더 착한 시민들이 늘어나고, 그 시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부터 착한 지역으로 만들어가는 상상이다. 이미 세계의 여러 도시들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는 버티고 있어도, 지역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인 미국에서도 "위로부터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아래로부터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도시들이 실천에 나서고 있다.

아마 기후 변화는 평범한 착한 시민들의 힘으로 아래로부터 극복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유일한 대안일 것이다. 누가 이 엄청난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수 있겠는가? 수십 년 동안 전 세계가 노력해야 효과가 나타날 문제에 대해 국가나 정치인이 속 시원한 답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 왔다.

이제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양심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착한 실천들을 조직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하자. 아이들의 삶을 위협할 거대한 변화에 고개를 돌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자.

논쟁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 대안적인 움직임에는 일단 힘을 보태주자. 점차 늘어나는 햇빛발전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자. 그러나 그것으로 자기만족을 하거나 도피하지는 말자. 정말 필요한 것은 내 삶의 변화이고, 내가 사는 지역의 변화이다.
부안 시민햇빛발전소 건설에 동참하실 분들은 부안시민발전소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부안시민발전소 소장 이현민 (016-38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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