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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한윤수의 '오랑캐꽃']<266>

개인적으로,
한참 어려웠을 땐 돈 만 원이 없어 쩔쩔맸다.
사람을 만날 수도 없고 경조사에도 갈 수 없었다. 외출 자체가 불가능했으니까.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돈이 피 같다."

그런데 그런 피 같은 돈을 보내주는 분들이 많다. 내가 그 생각을 하면,
"피 같은 돈, 정말 잘 써야 하는데!"
하며 소름이 끼친다.

우리 센터에 통역비를 지원해주는 백주년기념교회 홈페이지를 보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매달 수입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산서만 보면 교회에 들어온 헌금이 매일 매일 어디에 쓰여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직원들의 월급은 물론, 심지어 주유비, 주차비, 간식비까지 명확히 밝히니까.
크게 깨달았다.
회계는 원래 이렇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구나!

그걸 보고서 우리 센터도 피 같은 돈이 어디에 쓰여졌는지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기록이 있는 한!
물론 초창기는 나 혼자 일했으니 제대로 된 기록이 없다.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기억도 안 난다. 하지만 그때는 내 돈만 썼으니 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만 1년이 되면서부터 후원자들이 생겼다. 아마도 그때부터의 기록을 찾아내서 공개하면 될 것 같다.

우선 급한 대로 금년 4, 5, 6월 분 결산서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렸다.

근데 석 달 치 결산서를 만드는 것도 힘들었다.
체불, 산재, 폭행, 체류 등 외국인 노동자에게 닥친 급한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틈틈이 결산서를 작성해야 하니까.
하지만 본연의 업무가 아무리 바빠도 회계의 투명 공개는 계속해 나가야 할 것 같다.
그래야 피 같은 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알 것 아닌가!

일도 잘해야 하지만,
투명도 잘해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우리 센터의 홈페이지는 http://www.sond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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