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청소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청소Ⅰ

[한윤수의 '오랑캐꽃']<258>

한국 사람은 인정이 많다.
대개 그렇다.
하지만 모진 사람도 있다.

P시의 핸드폰 도장(塗裝) 공장.
사모님이 베트남 여성노동자들을 가혹하게 다룬다.
왜 그럴까?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기숙사를 더럽게 쓰고 방 청소를 엉망으로 했다는 거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설득력이 없다. 방 청소 깨끗이 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된다고!

혹시 질투심에서?
한국 사장님이나 남자 직원들이 외국 여성을 귀여워하면 불같이 화를 내는 사모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 여성들이 예쁜 얼굴이 아닐 뿐더러, 걱정과 불안 때문인지는 몰라도 초췌하기가 저녁 굶은 할머니 같았으니까.

어쨌든 화가 난 사모님은 베트남 여성들에게 일주일간 일을 시키지 않았다.

일주일 후 사모님이 말했다.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가!"
이게 그냥 떠보는 소리인지도 모르고 베트남 여성이 물었다.
"정말 보내 줄 거예요?"
"그래. 나가고 싶은 사람 손들어."
눈치도 없이 두 사람이 손들었다.
사모님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당장 짐 싸!"
두 사람이 머뭇거리자 사모님이 목을 잡고 억지로 밀어냈다. 사모님이 두 여자를 사납게 몰아세우는 이때의 광경을 동료들이 핸드폰으로 찍어놓았는데 공개하지 못하는 게 유감스럽다.

두 사람은 고용지원센터에 갔다. 퇴사 신고가 된 줄 알고.
그러나 담당 공무원이 말했다.
"사장님한테 사인 받아 와야지, 그냥 오면 어떡해?"
비로소 함정에 빠진 걸 깨달은 두 사람은 회사로 복귀해서 빌었다. 잘못했다고.

사모님은 둘을 H시의 제 2공장으로 보냈다. 기숙사도 없고 식당도 없는 곳으로. 세상에! 기숙사도 없고 식당도 없는 회사가 있냐고?
있다!
그들은 당장 잘 데가 없어 친구네 회사 기숙사 신세를 지거나 여관을 전전하며 출퇴근했다. *먹을 게 없어 빵으로 주린 배를 채우며.

먹고 자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일하며 동시에 하는 청소>였다.
청소는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기계를 세워놓고 하는 게 원칙이건만, 사모님은 기계가 돌아가는 가운데 청소할 것을 강요했다.
둘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기계 틈바구니에서 먼지를 닦아내고 기레빠시를 주워냈다. 기계가 덮쳐 꼭 죽을 것만 같은데도!
사모님은 그들이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무단이탈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말을 하겠는가?
"내가 너희들 불법체류자로 만드나 안 만드나 봐. 베트남으로 보내버리고 말 테니까."
두 여성은 공포에 질려 I시의 인권단체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 단체에서는 베트남 통역이 없다며 발안으로 가볼 것을 권유했다.
그들이 발안에 도착한 것은 일요일 근무가 끝날 무렵인 오후 5시경이었다.
두 명은 곧 죽을 것 같은 얼굴로 호소했다. 회사를 바꿔 달라고.

(20일 계속)

*먹을 게 없어 : 근로계약서상에는 아침, 점심, 저녁, 3끼 식사를 제공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제2공장에서는 점심만 제공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