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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한윤수의 '오랑캐꽃']<257>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젊은 시절, 시카고에서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을 하다가 그 일이 점차 확대되어 대통령까지 된 것이다. 대통령이 하는 일이 약자를 돕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 청년에게 부탁한다. 약자를 도와달라고.
돕는 방법은 두 가지다.
몸으로 때우거나(자원봉사), 돈으로 때우거나(후원).
두 가지 중 하나만 하면 된다.

오늘은 이 두 가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

3년 전 화성시에는 외국인이 2만 4천여 명이나 있었다.(지금은 더 많다)
주로 노동자였다.
하지만 이들은 방치되어 있었다.
도와주는 기관이 없었으니까.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월급을 못 받아도 하소연할 데조차 없었다.
오죽하면 화성보건소의 *간호사를 찾아가
"돈 좀 받아줘요."
하고 호소했을까!

외국인 노동자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사람 중에 한 대학생이 있었다. 집이 화성 양감인 그녀는 어느 대학의 경제학과를 3년 마친 후 휴학하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분쟁지역을 다 돌아본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여러 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해 본 그녀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1. 사람은 누구나 똑같다.
2. 외국인 노동자는 어디서나 고생한다.
ⓒ한윤수

그녀는 이런 특별한 체험 때문에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화성은 5인 이하의 영세 사업장이 많고 노동환경이 열악해서 외국인들이 가장 고생한다는데 이들을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녀 앞에 어느 날 대형 걸개가 눈에 띄었다. 발안 터미널 앞 3층 건물에 늘어뜨려져 있는 걸개에는 무지막지하게 큰 글씨로 딱 열 자(字)가 씌어져 있었다.

화성외국인
노동자센터

그녀는 무조건 버스에서 내려 건물 3층으로 올라갔다.

당시 나는 직원 하나 없이 외롭게 일하고 있었다.
똑똑 노크 수리가 나고 문이 열렸을 때 눈앞에는 꼭 우주소년 아톰 같은 삐쭉머리 소녀가 수줍게 서있었다.
그녀가 바로 자원봉사자 1호인 K양이다.
자원봉사자라곤 단 한 명뿐이라, 그녀는 거의 모든 일을 두루 딱딱 해야 했다. 상담, 영어 통역, 한글 교사, 동영상 제작 보조, 심지어 운전까지.
내가 회의에 가고 없으면 그녀 혼자 사무실을 지켰고, 나 대신 회의에 나가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자원봉사자가 제법 늘었을 때 그녀가 4학년으로 복학했다.
복학한 후에는 한글학교 중급반 교사만 맡았다.
그러나 졸업반이라 취업 시험 준비도 하고 겸해서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기에 봉사를 빼먹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내가 먼저 제안했다. 좀 쉬는 게 어떻겠냐고.
"그래도 될까요?"
"그럼!"

몇 달 못 보는 동안 그녀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학업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지 다시 취업의 길을 모색하는 것 같았다.
"취직해야 할 것 같아요."
그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렵다는 국책은행 시험을 본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러나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시 1년이 흘렀을 때 그녀에게 이메일이 왔다.
"00항공에 입사했어요. 이제 봉사하기는 어려우니까 매달 후원금을 보낼 게요."
그녀는 매달 2만원씩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다.

자원봉사에서 후원까지!
한 가지도 하기 힘든데 두 가지나?
특이한 경우라 여기 적었다.

*간호사 : 외국인 환자를 담당하는 간호사. 이 분은 많은 외국인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분쟁지역 : 왜 분쟁지역을 돌아보았을까? 그녀의 장차 꿈은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으로, 미리 분쟁지역을 돌아보는 것이 하나의 공부였던 셈이다.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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