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사장님의 벌금을 노동자가 대신 냈는데,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변호사는 시원하게 말했다.
"받지요."
"어떤 방법으로요?"
"형사는 어려울 것 같고, 민사 소송 하면 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돈 받는 건 문제가 없다. 다만 비용이 걱정이지.
다시 물었다.
"소송비용 때문에 그러는데, 혹시 법률구조공단에서 도와줄까요? 임금이 아니라서."
"도와주죠. 노동자들의 소액재판도 도와줍니다."
막혔던 가슴이 비로소 뚫렸다.
재판까지 불사하겠다는 통보를 하자 사장님이 찾아왔다.
"억울합니다."
"뭐가 억울하죠?"
"안 해줄 사인을 해줬거든요."
"무슨 사인요?"
"다른 직장 가도 좋다고 사인해 준 거죠. 일손이 딸리는데."
"그럼 노동자는 사장님 벌금을 대신 내주고, 사장님은 직장 이동에 사인해준건가요?"
"맞습니다."
"사인하고 벌금을 맞바꾼 거네요?"
"그렇죠."
나는 잘라 말했다.
"사인은 사인이고 벌금은 벌금입니다. 두 가지를 거래하는 건 무효입니다."
사장님은 할 말이 없는지 입맛만 다셨다.
다시 말했다.
"설사 좀 억울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줄 건 주셔야 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는 거죠?"
"없습니다."
그는 체념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사장님은 체념한 게 아니었다. 이해 못할 행동을 두 가지 했으니까.
첫째, 싱캄을 회사로 오라고 한 것. 아마도 금액 절충을 하려고 부른 것 같다. 하지만 싱캄은 응하지 않았다.
둘째, 싱캄이 일하는 공장으로 찾아간 것.
이때 엉뚱한 제안을 했다.
"은행에 나랑 같이 갈래? 통장에다 150만원 넣어줄 게."
싱캄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물었다.
"그냥 통장에 넣어주면 되지, 뭐 하러 은행에 같이 가요?"
"은행 가서 돈 넣어줄 테니까 네가 카드로 다시 빼줘."
이게 무슨 꿍꿍이 소리인가? 태국인이 아무리 순진해도 그런 말에 넘어갈 것 같은가?
싱캄은 따라가지 않았다.
보름 후, 나는 사장님에게 마지막으로 전화했다.
"이번 주까지 안 주시면 법적 절차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것, 아시죠?"
"아는데요. 이번 주에 월급 주고 돈이 없어 그러니 다음 주, 한 주만 더 기다려주세요."
나는 한 주를 더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은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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