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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통합법, 규제만 푼다고 '빅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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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통합법, 규제만 푼다고 '빅뱅' 될까?

"미국 금융자본에 국내 자본시장 내줄 것" 경고도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식 투자은행(IB)으로 대형화될 가능성을 열어주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이 추진된다.

***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회사, '금융투자회사'로 거듭난다**

재정경제부는 19일 " 현행 증권거래법, 신탁업법 등 14개 자본시장 관련 법률을 하나로 합친 자본시장통합법(가칭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을 올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를 통과하면 1년 여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8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경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유예기간 동안 ▲매매업 ▲중개업 ▲자산운용업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자산보관관리업 등 6개 업종을 모두 취급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새 법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투자성과를 내거나 원본손실이 가능한 모든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예금이나 보험상품이 아니라면 새로운 상품을 얼마든지 설계해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회사`로 전환하는 증권사가 6개 업종을 모두 취급하고 자유롭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같은 미국식 대형 투자은행과 경쟁할 대형 투자전문회사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기대다.

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하려는 것은 채권과 주식 등 기업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자본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이유를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사 등 제2금융권 회사들 사이에 업역별 칸막이를 치고 이 분야를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0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자본시장통합법의 핵심은 자유로운 시장환경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경쟁을 통해 새로운 금융투자회사가 나타나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새 법에 따라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사간 인수합병이 전개되는 '제2금융권 빅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증권사는 50개에 육박하고, 자산운용사는 40여개, 선물사는 10여개 등 100여개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탄생한 '금융투자회사' 중 5개 정도는 대형화 수순을 밟아 미국의 투자은행과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국내 자본시장 초토화 초래" 경고도**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자본시장통합법'이 미국의 투자은행 등에게 국내 자본시장을 내주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적지 않다.

재경부에 따르면 국내 4대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이 평균 1조5000억 원으로 세계 3대 투자은행이라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의 평균 28조 원과 비교할 때 5%에 불과한 수준이다.

증권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세계 3대 투자은행은 2004년 말 기준으로 15~19%인데 비해 우리는 -11.7~4.6%로 상대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 정부가 투자은행에게도 자유로운 금융상품 판매를 허용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같은 경고를 뒷받침하고 있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우리 금융투자회사들이 외국 유수회사에 비해 영세하지만 국내 사정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인력도 우수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잘 알거나 인연이 있는 자국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고 유예기간 동안 준비를 잘 하면 우리 금융회사들도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제2금융권 업체들은 1년 정도 남짓한 기간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금융투자회사'들로 채워지길 기대하기는 힘든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은 2000년 14조 원에서 2005년 7조 원으로 줄었다. 회사채를 통한 자본조달도 2001년 87조 원에서 2005년 48조 원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자금중개 기능은 크게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는 1999년 33개에서 2005년 44개, 자산운용사는 31개에서 38개로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은 23개에서 19개로 줄어드는 구조조정을 겪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사가 난립한 결과 1999년 4000억 원이던 자기자본 평균이 2005년에도 4000억 원으로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 역시 은행은 1999년 1조5000억 원에서 2005년엔 4조 원으로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현행법을 기준으로 할 때 6개 업종의 자본금 요건을 단순 합산할 경우 915억 원이 되며 파생거래까지 하려면 자본금 요건이 1415억 원"이라면서 "증권사들이 투자전문금융사로 전환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현재의 자본금 기준을 더 강화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의 환경변화"를 가져올 '자본시장통합법' 시대를 맞은 증권사들이 해외 투자은행들과의 경쟁 속에서 정부의 기대대로 '국제적인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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