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두고 여야의 해석이 갈리고 있다. "MB정부 심판론이 작용했다"는 데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민심의 괴리를 받아들이는데 버거워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승리의 가장 큰 요인으로 "MB정부 심판론"을 꼽으면서도 불완전한 '반MB연대'의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 서울시장 패배와 관련해 '노회찬 책임론'이 고개를 들었던 점을 보면 그렇다.
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한국지방정치학회가 공동 기획한 '6.2지방선거 평가 및 향후 한국 정치 전망'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쓴 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에 대해 KSOI 이철희 부소장은 "야당이 좋아서 이긴 게 아니라고 (한나라당이 주장하게 되면) 논리적 귀결은 '얼마나 싫었으면 잘하지도 못하는 야당을 찍었으랴' 쪽으로 간다"며 "결국 패배의 상처를 애써 위장하려다 더 심각한 민심이반을 시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남대 김용복 교수는 "유권자의 반한나라당 정서를 읽지 못하고 정권 견제론의 반사적 이익만 수혜했다"고 민주당의 승리를 평가한 후 "이는 (민주당이) 또 다른 의미에서 성찰의 계기가 돼야 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향후 여당은 국정 과제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야당은 통합에 대한 추동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여야 모두 당권과 대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당 쇄신론과 맞물리며 전개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이합집산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與, 이미지 정치는 이제 그만…野 한나라와 정책 차별성 선명히 해야"
이철희 부소장은 지방선거 이틀 후인 지난 4일 실시한 여론조사 데이터를 소개하며 여야가 각각 처한 '난국 타개'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 부소장은 "정부와 한나라당은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의 반영을 위해 어떤 일을 가장 시급히 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물었을 때 1위는 4대강 사업 중단(34.7%)였고, 그 다음이 당정 개편, 인적쇄신(16.6%), 대북 강경책 재검토(13.0%) 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소장은 여권 쇄신과 관련해 "2008년 촛불항쟁 이후 강경 보수의 품에 안겼던 방식이나, 작년 5.23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취했던 중도실용 담론 공세 방식 중 하나의 재판이라면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이미지 정치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이미 파탄났다"고 말했다.
이 부소장은 "그러므로 유일한 답은 고분고분 민심에 옹골차게 순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관련해 이 부소장은 "민주당의 진로에 대해 여론은 '지역정당에서 벗어나 당의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37.7%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세대 교체 및 체질 개선(29.7%), 민노당, 국민참여당 등과의 통합(14.2%)이 따랐다"고 분석했다.
이 부소장은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면 민주당이 보여줘야 할 것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적 거리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당의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행정 일선에 포진한 광역, 기초 단체장과 의원들이 일관된 이념적 틀과 정책 내용을 구현시켜나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소장은 "개혁 내지 진보진영의 역량, 시민적 열망이 행정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맡겨놨더니 다른 게 없네'라는 실망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與 자체 쇄신 능력 의문"…"野 승리는 횡재, 추락하는 실감 낮출라"
선거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민심의 괴리가 심각하게 나타난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같은 상황을 받아들인다면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이영성 정치담당 부국장은 김제동 방송하차, 조전혁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의 재판 불복 및 노골적인 판사 공격 등을 두고 "이같은 사례들은 국민들이 자기 의중을 숨기는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여론조사와 민심의 괴리를 '강압 통치'에서 찾았다.
이 부국장은 "문제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인데, 제대로된 처방을 내놓을지 걱정된다"며 "오히려 '지금 밀리면 레임덕'이라며 돌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조금 있으면 터져나올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정말 우울해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권의 쇄신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보인 것이다.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은 "향후 높은 국정 지지, 낮은 야당 지지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민주당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승리가 민주당이 추락 과정에 있다는 실감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위험한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민주당에 경고를 던졌다.
이 논설위원은 이번 선거 결과를 "구 여권(열린우리당)의 붕괴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해) 자체 역량으로 승리하지 못한 일종의 횡재"라고 전제하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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