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양 후보는 모두 취약지역 공략에 나섰다. 오 후보는 강서구, 양천구, 구로구 등 야당 세가 강한 서울 서남권을, 한 후보는 강남, 송파, 광진 등 여당세가 강한 동남권을 돌며 유세를 이어갔다.
오 후보는 "천안함 사태를 이번 지방 선거에서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한나라당 지도부는 여전히 '북풍'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전력을 다 했다. 한 후보는 천안함 사태를 거의 거론하지 않는 대신 야당표 결집을 위해 자신이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단일 후보임을 강조했다.
정몽준 "이번 선거는 안보 세력대 북한 감싸는 세력의 대결"
오 후보는 이날도 유세를 통해 DJ 노무현 정권 등 '10년 정권 심판론'을 제기하며 "이번 선거는 미래 발전세력 대 과거 회귀세력의 한바탕 전쟁이다. 부패, 무능, 국정실패의 과거세력을 대상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천안함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 소재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전략에 따라 천안함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오 후보는 "사람특별시를 내세운 한명숙 후보는 TV 토론에서 사람 예산을 1년 10조원에서 4년간 10조원으로 번복하는 등 자신의 대표 공약도 모르는 후보"라고 한 후보를 공격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하려고 오버하는 측이 손해를 볼 것(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정몽준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안함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정 대표는 오 후보 지원 유세에서 이번 선거를 "안보를 튼튼히 하는 세력 대 북한을 감싸는 세력과의 대결"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뉴시스 |
정 대표는 서울 강서구 까치산 시장에서 "민주당과 좌파세력은 이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우리 정부를 공격하기만 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도 안하고 있다"며 "이래서야 우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겠느냐. 이번 선거는 이런 병든 정치를 고치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번 선거는 우리나라의 안보를 튼튼히 하고 대한민국을 지켜나가려는 세력과 무조건 북한을 두둔하고 감싸려는 세력과의 대결이다. 이 대결에서 우리가 승리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근거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중국에 '북한과 군사동맹을 더이상 유지하지 말라'고 주장해야 한다"며 북·중 군사동맹 단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종의 '내정 간섭'으로 들리는 주장이다.
명진 스님 "한명숙, 당선돼서 4대강 사업에 브레이크 걸어달라"
'봉은사 외압설'로 한나라당 안상수 전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명진 스님은 이날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만나 "이명 박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인간 외 생물들을 짓밟으려 하는데, 브레이크를 걸어달라"고 말했다. 한 후보가 명진 스님을 아군으로 두게 된 셈이다.
한 후보 역시 오 후보와 함께 이날 오전 조계사 봉축 법요식 일정을 소화했다. 이후 오후 2시 30분 경에는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봉은사를 찾아 명진 스님의 이같은 '덕담'을 들었다. 한 후보는 명진 스님에게 "꼭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명진 스님은 이어 한 후보에게 "4대강 사업은 불교 교리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한명숙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한명숙이 당선되야 이 정권의 삽질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 후보가 "불자들의 환영에 감동받았다"고 하자 명진 스님은 "강남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게 쉽지가 않은데, 이게 다 순전히 나 때문"이라며 "표 많이 받으면 다 그게 봉은사 표로 아시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 명진 스님과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한명숙 캠프 |
한 후보는 이후 잠실 야구경기장, 천호동 사거리, 강변역 등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천안함 여파로 인한 '북풍'의 부담감으로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에 대한 공세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이날 중점을 둔 것은 자신이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이 지지하는 '범여권 단일후보'라는 사실 강조한 것이다.
한 후보는 "우리나라 역사상 야당, 시민단체가 단결해 후보를 낸 것은 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23년만에 처음"이라며 "이 무서운 힘으로 우리는 서울을 바꾸고 이명박 대통령을 심판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야당표 결집과 정권 심판론에 힘을 쏟았다.
한 후보는 "국민은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힘을 몰아줬지만 이 정권은 지금 뭘 한 것이 있는가"라며 "사람을 내 쫒고, 서민 경제를 무너뜨리고, 언론을 장악하고, 야당을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했는데, 절대로 이대로 두면 안된다. 범야권 단일후보 한명숙에게 힘을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섰다가 한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이상규 전 서울시장 후보는 천호 사거리에서 한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는 "민주노동당도 이명박 정부 심판을 위해 이 자리에 참여했다"며 이 지역에 출마한 이주현 서울시의원 지지를 호소하고 "서울시의원은 민주노동당을 찍고, 서울시장은 반드시 기호 2번 한명숙을 선택해달라"고 말했다.
캠프 대변인을 맞고 있는 386 정치인 임종석 전 의원은 오세훈 후보의 도덕성을 공격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임 전 의원은 "오 시장 부인의 내곡동 땅이 그린벨트에서 해제됐는데, 그렇다고 치자. 오 시장이 4년 재임기간 동안 재산을 20억원 불렸는데, 얼마나 좋을까"라고 비꼰 후 "자기 살림은 잘하면서 서울시 빛은 1년에 2조원씩 늘리는 오 시장을 이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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