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조전혁 의원을 격려하기 위해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참석하는 등 당이 이 행사에 얼마나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드러냈다.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은 가수로 참석했고, 진수희, 정양석, 이두아, 정태근 의원 등 전교조 명단 공개에 동참한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보수 교육감 후보인 이원희, 김영숙 후보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연예인 모두 불참 "우파 비난하는 김제동도 용인해야 하는 것처럼…"
당초 이번 행사는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조 의원이 위법판결을 받은 후 1억 5000만원의 이행 강제금이 매겨지자 뉴라이트 성향의 시민단체 등이 후원금 모금을 위해 기획했다. 그러나 행사 자체가 차질을 빚으며 이같은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행사는 정두언 의원이 두 곡의 노래를 부르고, 25분 여만에 종료됐다.
▲ 희망나눔콘서트 안내문 ⓒ조전혁대책위 |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조전혁 의원은 무대에 올라 "많은 연예인들이 참여하기로 돼 있었는데, 모두 취소됐다"며 "네티즌들이 (연예인 누리집 등에 들어가) 거기(행사)에 가면 긁어버리겠다고 하는 등 수천 명이 수천 개의 악플을 달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조전혁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악명 높은지 새삼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이런 상황은 정말 옳지 않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이 이렇게밖에 안되는지,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든다"며 "우파를 비난하는 김제동 등 연예인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도 허용 돼서는 안되는 것처럼 연예인들이 어떤 행사가 됐든 참여에 자유가 보장돼야 그게 자유민주주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당초 개그맨 심현섭, 박준형씨가 사회를 보고, 가수 노라조, 남궁옥분, 김세환, 박혜경, 애프터스쿨, M4(김원준, 이세준, 배기성, 최재훈)와 개그콘서트 출연진인 '왕비호' 윤형빈 씨와 '곤잘레스' 송준근 씨 등이 출연하기로 했지만, 뒤늦게 줄줄이 취소되는 촌극을 빚었다.
남궁옥분 씨는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정치적인 색깔이 없는 그냥 청계천 시민 행사로 알고 평소에 친분이 있던 기획사하는 동생이라 수락하고 있었다"고 설명하며 "내일 행사는 덕분에 가서 돌아오는 불편함 없게 되었다"고 불참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조 의원은 이어 "죄송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며 "저를 전교조 저격수라고 부르는데 저격수는 숨어서 쏘지만 저는 숨어서 쏜 적이 없다. 저를 대한민국 교육지킴이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가수로 참석한 정두언 의원은 "이 자리에 참석한다고 네티즌들이 나에게는 악플을 안 달던데, 저한테도 악플을 달아주길 바란다"며 "조전혁 의원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아마 전의를 불태우고 있을 것이고, 더 큰 힘을 내서 목표한 일을 반드시 이루도록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곡인 '희망' 등을 불렀다.
▲ 남궁옥분 씨 누리집 캡쳐 |
선관위, '반전교조' 행사는 되고 '4대강 사업 반대' 행사는 안돼?
조전혁 의원 측은 "정치 행사가 아니라 시민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역 정치인이 등장하는 명백한 정치 행사며, 나아가 '반전교조' 등을 내세워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날 무대에 오른 조 의원은 "저는 앞으로 전교조 많은 세상에 살고 싶다. 단 조건이 있다"며 "밥 먹이는 교육 말고 밥 벌어먹게 할 수 있는 교육, 북한을 우리민족이라고 하는만큼 북한의 추악한 인권 실태를 말해주는 교육, 시장 경제의 장점을 말해주는 교육을 해달라"고 말했다.
'밥 먹이는 교육'이라는 발언은 무상급식을 연상케 하는 말이다. 조 의원은 이같은 발언을 하기 앞서 "꼭 하고 싶은 말을 준비해 왔다"며 사전에 조율한 발언임을 시사했다. 선거법 시비가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자리에는 보수 교육감 후보로 '반 전교조'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이원희 후보, 그리고 '중도 실용'을 내세우는 김영숙 후보가 참석했지만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일단 '교육감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행사를 진행해달라'는 취지의 안내문을 주최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4대강 사업 반대 행사, 무상급식 서명 등과 달리) '반전교조 이슈'는 예전부터 선거 쟁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반전교조 이슈'를 선거 쟁점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같은 지적에 이 관계자는 "선거 쟁점인지 아닌지는 한나라당이 아니라 선관위가 판단한다"며 "중앙선관위에 문의해보라"고 했다.
중앙선관위 공보실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반 전교조 행사는 후보 이름만 적시하지 않는다면 (교육감 선거 등) 선거와 연관성이 매우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4대강 사업 반대 행사 등은 원천 봉쇄하면서 '반 전교조 행사'는 '현장 지도' 차원에서 그치겠다는 것으로 선관위의 편향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행사를 본 한 시민은 "정치 행사가 아닌 것 같으냐"는 질문에 "정치에는 관심 없어서 잘 모르겠다"면서도 "정몽준 대표가 참석한 것을 봤는데, 이것이 정치 행사가 아니면 뭐가 정치행사겠느냐"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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