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된 별건 수사를 재개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지만, 한명숙 후보 측에서는 이를 "관권 선거"의 일환으로 보고 "오히려 검찰과 현 정권에 역풍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 후보는 13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 검찰이 언론과 함께 저를 음해하고, 사실도 아닌 것을 가지고 모욕을 주는 공작을 다시 시작했다"며 "아마 이것은 국민들이 저보다 더 잘 알 것이기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최근 스폰서 검사 파문으로 검찰이 엄청난 위기에 몰렸다. 위기에 몰린 검찰과, 지방 선거에서 패배해 국정 운영 주도권을 뺏길 것을 우려한 이명박 정권의 정치 공작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이를 '선거 개입'으로 규정했다.
한 후보는 "참으로 이 정권은 사악하고 비열한 정권"이라며 "저는 무너지지 않겠을 것이고, 저를 믿고 뒷바침해주는 국민과 서울시민과 함께 끝까지 상처 안받고, 당당히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일보>는 이날자 신문 1면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이날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한 시중은행 지점에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대출관련 자료들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이 은행 전 지점장 김모씨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김씨 등이 H사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H사는 한 후보가 곽영욱씨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기 하루 전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 측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가 있다"며 사실상 '별건 수사' 차원에서 압수수색한 곳이다.
이 신문은 "한 전 총리 측 관련 여부에 대해 검찰은 '거의 관련이 없다'면서도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전하면서도 "검찰은 이와 함께 한 전 총리 측 인사가 H사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했다는 새로운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명숙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는 "제가 들은 얘기에 의하면 은행을 압수수색한 것이 아니라 지점장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는 것"이라며 "한명숙 후보와는 아무 관계도 없고, 전 지점장과 건설회사의 관계일 뿐"이라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사실상 이번 사건의 수사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룰 것이라고 밝혔다. 즉 검찰이 이 말을 뒤집고 '별건 수사'를 진행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가뜩이나 '스폰서 검찰' 등으로 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개입' 의혹까지 뒤집어 쓰게 돼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선거 20년 경력에 이런 선거 처음…백욕이 불여일표(百辱이 不如一票)"
이 전 총리는 이어 이번 사례를 포함해 이명박 정부의 관권선거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그는 "제가 선거를 많이 치러봤는데, 이번 선거는 참 이상한 선거"라며 "한명숙 후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상급식 문제와 관련해 학교 실태를 보기 위해 방문을 약속했는데 전격적으로 취소당했고, 다른 학교를 섭외하니 '오지 말라'고 하더라"며 "20년 동안 선거를 치르며 이런 일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사에 선거 캠프가 있는데, 이 건물에 입주하는 날 현관 앞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집회를 하면서 입주를 방해하는데, 영등포 경찰서에 문의를 했더니 28일까지 집회 신고가 돼 있더라"며 "남의 선거 캠프 앞에서 매일 집회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항의해서 집회를 다 취소시킨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중간 발표날이 선거 운동 시작일인 5월 20일이다"라며 "후보 등록하는 날 검찰이 엉터리 사실을 흘리고, 선거가 시작하는 날 천안함 사건 원인을 밝히는데,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원래 독재 정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를 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쫒겨난 것"이라며 "정부에 공정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가) 그런 마음으로 정치를 하다보니 지난 2년 반동안 거짓이 많이 드러났고, 그래서 국민들 마음이 많이 떠났다"며 "전날 충남대에 갔더니 (학생들이) '백욕이 불여일표'라는 말을 하더라. 백번 욕하는 것 보다 한 표가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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