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10일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나는 쿠데타 세력이 제일 나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일 나쁘다고 생각한다"며 돌발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최근 국민들이 박 전 대통령이 긴급조치로 국민들을 괴롭혔던 것을 다 잊어버린 것 같은데,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은) 18년 동안 긴급조치를 5번이나 했고, 국민투표도 5번 했다"고 거듭 비판했고, 79년 자신의 의원직을 제명한 것을 거론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으려고 하니 별 짓을 다 했다"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김무성 원내대표로부터 "원내총무 할 당시는 어떠하셨느냐"는 질문을 받은 후 답변으로 나온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 시절 지금의 원내대표 격인 야당의 원내총무를 맡은 적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이 한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김무성 원내대표를 앞에 두고 박근혜 전 대표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을 돌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간접 비판'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거침없는 발언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종시 문제 등 굵직한 국가 현안과 관련해 조언을 해주고 있고,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 원내대표도 친이계와 교류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김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이같은 대화가 이뤄진 후 곧바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원내대표단 회동이 끝난 후 김 전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와 단 둘이, 역시 비공개로 1시간 가까운 오찬을 가졌다.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회동에서 세종시나 개헌 문제에 대한 얘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제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경기는 대승, 강원·충북은 낙승"
김 전 대통령은 지방선거 전망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원내대표단과 비공개 회동에서 김 전 대통령은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크게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강원도와 충청북도는 낙승을 할 것으로 보이고, 경남지사 선거는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와 무소속 김두관 후보의 차이가) 5% 이내라고 하지만 결국 한나라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원래 중간 선거는 여당이 패배해왔지만, 이번에는 이겨서 그 기세로 2년 후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추켜세웠다.
자신의 재임시절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것을 언급한 김 전 대통령은 "광역단체장 선거는 지역민의 의사를 묻는 게 맞지만, 군수 등 기초단체장 선거는 하지 말았어야 했음에도 일부 정치인이 당시 공천 장사를 위해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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